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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개막하는 아시안컵에서 55년 만의 정상 탈환을 노리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4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최종 평가전(2대0 승)에서 희망과 약점을 동시에 확인했다. '조커' 이정협(상주 상무)의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조직적인 압박이 부족해 한 수 아래 상대에 전반 내내 끌려다녔다. 중앙 미드필더 기성용(스완지)과 오른쪽 측면 공격수 이청용(볼턴)이 늦은 합류 탓에 평가전에 투입되지 못한 가운데 이들의 가세로 나타날 효과는 어느 정도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우디전을 돌아보면 대표팀에는 확실한 구심점이 없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전반에는 박주호(마인츠)와 한국영(카타르SC) 조합을 내세웠고 후반에는 박주호를 왼쪽 수비수로 돌리면서 한국영과 이명주(알아인)에게 중원을 맡겼다. 하지만 이들의 발에서 시작된 공격은 세밀하지 못했다. 손흥민(레버쿠젠)이 좌우 측면을 가리지 않고 시종 공격 진영을 헤집었지만 노력에 비해 성과가 나오지 않았던 것도 중원에서의 패스 타이밍이 느렸고 정확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기성용이 중원의 한 축을 담당할 오만과의 아시안컵 조별리그 1차전(10일)부터는 달라질 수 있다. 기성용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전체에서 활동량이 두 번째로 많고 패스 성공도 전체 6위일 정도의 정상급 미드필더다. 기성용의 짝은 한국영이나 박주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성용이 경기를 조율하고 남태희(레퀴야)가 처진 스트라이커로 변함없이 활약한다면 공격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슈틸리케의 황태자 남태희는 사우디전 후반에 투입돼 저돌적인 돌파로 두 번째 골에 기여했다. 오른쪽에 설 이청용은 손흥민·남태희와 수시로 자리를 바꿔가며 상대 수비진을 혼란에 빠뜨리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동국도 없고 김신욱도 빠진 공격진은 역대 최약체로 평가받지만 이청용 등 2선 공격진이 확실한 호흡을 보인다면 정통 공격수 없이도 많은 골을 넣을 수 있다.
한편 왼쪽에서 예리한 프리킥으로 사우디전 선제골에 힘을 보태고 무회전 프리킥 슈팅까지 선보인 손흥민은 본 경기에서도 세트피스 키커로 나설 예정이다. 이럴 경우 종전 키커 기성용은 세트피스 때 문전에서 제공권 확보에 가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