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동부익스프레스 직접 매각 추진

산업은행이 투자자 모집에 난항을 겪으며 매각이 지연되고 있는 동부그룹의 물류 전문 계열사 동부익스프레스를 직접 파는 방안을 추진한다. 동부그룹이 3조원 규모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추진 중인 특수목적법인(SPC)의 자산 풀(pool)에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일부를 신규로 포함시키는 형태다. 산은은 동부익스프레스가 동부그룹 계열사 가운데 '알짜'로 분류되는 만큼 자산편입이 이뤄지면 SPC에 대한 투자매력도가 한층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1일 금융계에 따르면 산은은 동부건설과 양해각서를(MOU)를 맺고 연말까지 동부익스프레스 지분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큐캐피탈이 투자자 모집에 실패할 경우 지분 일부를 SPC에 편입하기로 했다. 산은 관계자는 "동부익스프레스는 동부그룹이 지난달 3조원 규모의 유동성 확보 방안을 내놓고 SPC를 통해 자산을 매각하기로 결정하기 이전부터 개별적으로 매각을 진행해왔던 사안"이라면서 "하지만 연말까지 딜이 완성되지 않으면 SPC에 신규로 편입해 투자자를 모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은은 앞서 동부익스프레스의 모회사인 동부건설 측에 2,500억원의 단기자금을 빌려주면서 현재 매각작업이 깨지면 산은이 지분을 매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동부익스프레스는 투자자 모집을 위해 이미 자산실사를 해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SPC에 편입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산은이 동부익스프레스를 SPC에 신규 편입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지난 10일 국민연금이 이 회사에 대한 투자를 보류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큐캐피탈은 국민연금을 상대로 1,200억원을 모집하려 했지만 국민연금은 동부그룹의 자구책 발표 이후 캡티브마켓(계열사 간 내부시장)이 줄면서 동부익스프레스의 기업가치가 크게 낮아질 것을 우려해 투자보류 결정을 내렸다. 이 때문에 투자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던 정책금융공사도 1,300억원의 자금지원 결정을 미뤘다.

산은 관계자는 "큐캐피탈 측이 연말까지 투자자들을 모집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면서 "하지만 딜이 무산되더라도 동부익스프레스의 매각작업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