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OEM회사서 이젠 전략적 파트너로

■ 코스맥스-로레알의 인연

지난달 25일 미국 출장길에 오른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은 남다른 감회에 젖었다. 로레알의 미국 공장을 인수하는 본계약을 체결하러 가는 길이었다. 그는 로레알에 아이섀도를 처음 공급했던 2005년을 떠올렸다. 그때는 화장품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회사, 더욱이 아시아 기업으로선 미팅 한번 잡기 어려운 시절이었다.

7년이 지난 지금 코스맥스는 로레알의 아시아 유일 전략적 파트너사로 우뚝 섰다. 화장품 ODM(제조자디자인생산방식) 기업으로서도 로레알과 전략적 파트너 관계에 있는 기업은 코스맥스를 포함해 3곳 뿐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뷰티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에서 로레알은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전략적 파트너사인 코스맥스에게 미국 현지 생산을 통해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해주길 원했다. 코스맥스가 로레알 공장을 인수한 이유다.


이와는 별도로 로레알은 아시아ㆍ중동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코스맥스와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르면 오는 6월 가동에 들어가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공장 역시 로레알 공장을 인수한 후 일부 설비를 보완한 것. 이 회장은 “로레알의 공장 매각은 자산 처분 목적이 아닌 협력사 유치를 위한 것으로 인도네시아 공장에 이어 이번 미국 공장도 공시가의 70% 수준에 공장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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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레알이 코스맥스를 아시아 유일의 전략적 파트너사로 낙점한 결정적 계기는 2008년 일본에서 출시한 젤 형질의 아이라이너 공급이었다. 당시 코스맥스는 고가 브랜드 일부에서만 판매되던 젤형 아이라이너를 두달만에 개발, 로레알에 판매를 제안했다. 이 제품은 누적판매 3,000만개를 기록하며 2010~2011년 로레알 최고의 히트상품이 됐다.

이후 코스맥스는 로레알의 아시아 판매 제품은 물론 유럽ㆍ미주 지역까지 공급하는 중요 파트너로 부상했다. 올해 코스맥스는 로레알에서만 3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전망이다. 이 회장은 “납기를 철저하게 지키고 연구개발을 통해 혁신적인 제품을 꾸준히 선보인 것 외에도 납기나 물량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로레알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한 것이 비결”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말 자카르타공장 개소식에서는 프레더릭 하인리치 로레알그룹 아시아태평양 구매 총괄 매니저가 직접 참석, “코스맥스와 로레알은 친구로서 서로 신뢰하는 사이며 단순한 거래 관계가 아닌 파트너십의 관계”라며 축사를 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처음에는 신제품을 요구하고 만들어주는 관계였고 당시 우리의 강점을 가격으로 봤다”며 “하지만 이제는 함께 문제를 공유하고 전략을 짜는 관계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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