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특별 인터뷰] 드와이트 퍼킨스 하버드대 명예교수

"中 성장 둔화는 정상적 발전과정… 금융위기 가능성 낮아"



中 개혁·고부가 기술로 체질 개선해 중진국 함정 피할수 있을지는 미지수

다시 침체 우려 불거지는 유럽… 일본식 스태그네이션 배제 못해


내년 미국 기준금리 인상하면 인니·아프리카 위기 겪을 수도

한국 정부 주도의 성장 단계 지나 교육개혁 등 인프라 개선 집중해야


"중국은 '캐치 업(catch up)' 성장전략이 한계에 이르면서 과거 한국이 그랬던 것처럼 결코 9% 성장률 시대로 돌아가지 못할 것입니다. 중국은 앞으로 2~4년 동안 정부 목표치인 7%대 성장률을 달성하기 어렵고 그 뒤로는 더 떨어질 것입니다." 드와이트 퍼킨스(사진) 하버드대 명예교수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산업화 과정의 국가는 대부분 선진국을 따라잡기 전에 경기둔화 시기를 거친다"면서 "최근 중국의 성장률 하락은 (경착륙의 전조가 아닌) 경제발전 단계의 정상적 과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인터뷰는 지난달 초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퍼킨스 교수의 하버드대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그는 "그림자금융(섀도뱅킹)과 지방정부 부실 등의 문제가 있지만 중국이 큰 금융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중국 정부가 국유기업 개혁, 가계 소비 증가, 고부가 기술 중심으로 산업체질 개선 등 구조전환에 성공해 중진국 함정을 피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내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첫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대외 부채가 많은 인도네시아, 아프리카의 일부 국가는 외국인 자금 이탈로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1990년대와 같은 전세계적인 금융위기는 닥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산업 발전전략을 짜고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는 발상은 1960년대, 1970년대나 가능한 구식(old fashion) 전략"이라며 "연구개발(R&D) 지원, 교육 개혁, 금융 시스템 강화, 규제와 같은 '게임의 룰' 정비 등 인프라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 등 세계 경제가 속도는 다소 느리지만 회복 과정에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세계 경제의 최대 리스크는 무엇일까요. 일각에서는 이라크·우크라이나 사태 등과 같은 지정학적 위기를 지목합니다.

△이라크 사태는 국제 원유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을 것입니다. 유전이 몰려 있는 남부 지역은 이라크 정부군이 장악하고 있어 큰 문제가 아닙니다. 우크라이나 위기 역시 러시아·미국 등 관련국이 (군대 파견 등) 직접적인 개입을 꺼리고 있습니다. 만약 관련 국가들의 통제범위를 벗어나면 끔찍한 위기가 닥치겠지만 아직은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물론 대부분 최악의 리스크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생하지만요.

-유럽 경제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유럽의 디플레이션 가능성은 세계 경제에 심각한 우려 요인입니다. 금융위기 직후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적자를 크게 늘리는 등 심각한 실수를 저지른데다 단일통화 등의 문제로 침체 탈출 속도가 매우 느립니다. 특히 그리스·스페인·포르투갈 등 일부 국가는 명백히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입니다.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정부 부채를 줄여야 합니다. (수출 등의) 경쟁력을 확보하기에는 유로화가 고평가돼 있습니다. 독일이 더 많은 경기부양책에 동의한다면 디플레이션 우려가 줄어들겠지만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최근 일본의 아베 신조 정권이 "디플레이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는데요.

△경제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한 수단이라고 봅니다. 아베노믹스의 통화·재정정책은 과거보다 힘이 있습니다. 세 번째 화살인 구조 개혁도 정책방향이 명확하고 실천 의지가 강하다는 점이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1991년부터 스태그네이션에 빠진 후 금융 등 구조 개혁 작업이 너무 느렸습니다. 아베 정부가 노동시장 등 주요 개혁을 실제 이뤄낼지는 아직 의문입니다. 아베노믹스 성공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합니다.

-최근 제조업·수출 등 중국 경제의 주요 지표가 개선됐지만 여전히 경착륙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섀도뱅킹 부실 등으로 인한 금융위기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3조달러로 추정되는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 문제가 심각하고 일부 자산의 파산은 불가피할 것입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기본적으로 자금을 투입해 은행이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할 능력이 있습니다.

-최근 중국 경기가 둔화되면서 7% 성장도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중국의 성장률 하락은 경제발전 단계의 정상화 과정입니다. 중국의 연간 수출액이 이미 2조달러에 달하는데 과거 추세처럼 연평균 20%씩 늘면 3년6개월 뒤에는 4조달러, 7년 뒤에는 8조달러가 됩니다. 이는 불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중국은 과거 수출 중심의 발전전략, 주택·도로·고속전철 등 인프라에 대한 막대한 재정투입을 통해 고성장을 유지해왔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경기부양에 의존했다가는 자산 거품 등으로 1990년대 한국처럼 경제위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중국 경제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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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농촌 지역에서 값싼 노동력 공급 고갈, 서비스 부문 낙후, 국내총생산(GDP) 대비 저조한 가계 소비, 수출 증가율 둔화 등으로 인해 구조적인 한계에 직면해 있습니다. 관건은 중국이 국유기업의 독점 폐지, 사회안전망 강화, 금융 자유화, 가계 소비 증가 등의 개혁작업에 성공하고 이른 시일 내에 노동집약 산업에서 고부가 기술 산업으로 경제체질을 바꿀 수 있을지 여부입니다. 만약 성공한다면 앞으로 몇 년간 5~6%의 성장률을 유지하다가 이후 10~20년 동안 7% 성장률을 달성하면서 중진국 함정을 피하고 선진국 지위에 오를 것입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광범위한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고 경제 개혁을 완전히 실행할지도 아직 의문입니다.

-내년 중 연준이 첫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예정인데 신흥국이 과거처럼 금융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을까요.

△1990년대 외환위기의 교훈 때문에 지금은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이 보유외환은 쌓고 대외부채는 줄였습니다. 다만 인도네시아는 해외 부채가 많고 주요 수출품인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습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통화가치 절하로 내수가 위축되면서 경제 전반이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대외 부채가 급증한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이 위기를 겪을 것입니다. 이미 아프리카 국가들은 국제금융기구나 해외 민간 은행들과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있는 부채 문제를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습니다.

-연준의 출구전략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보는지요.

△한국의 위기는 상상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은 1998년 외환위기도 2년 만에 완전히 극복했고 여러 위기를 거치며 보유외환 확충 등 문제점을 보완해왔습니다. 물론 금융 시스템 강화 등의 노력은 해야 합니다.

-한국에서도 빈부격차 등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정부가 기존의 성장에서 분배 위주로 발전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고령화에 대응하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기 위해 국가연금 체계를 강화해야 합니다. 또 실업자 지원 등 노동시장 측면에서도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급격한 분배정책은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고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만약 쥐어짜듯이 분배를 한다면 실행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경제에 충격을 주는 소득세 인상보다는 (일정률의 현금을 저소득자에게 지급해 가처분소득을 늘려주는) 역소득세(negative income tax)를 도입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한국의 경제발전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는데요.

△한국은 더 이상 정부 주도의 경제성장 단계에 있지 않습니다. 전임 이명박 정부도 특정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등의 방식으로 '녹색성장'을 내세웠지만 좋은 아이디어는 아니었다고 봅니다. 녹색성장은 정부가 아니라 전 인생을 바쳐 전략을 고민한 기업인이 해야 합니다. 정부가 창조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전략을 내놓는 것은 절대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럼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나요.

△정부가 할 일은 R&D 지원, 교육 개혁 등 경제환경 개선입니다. R&D 자금도 특정 분야에 집중 배분할 수 있지만 정부 기관이 아닌 독립 기관이나 기업 연구소가 맡아야 합니다. 또 실용적인 연구도 필요하지만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순수과학에서 나오고 정말로 중요한 과학 혁신은 20~30대 초반의 연구자들이 만들어냅니다. 아울러 한국은 대학생이 너무 많은 반면 상당수 대학의 경쟁력은 떨어집니다. 지금 한국 정부의 산업정책이 필요한 분야가 있다면 은행 등 서비스업입니다. 소상공인 보호 정책을 펴고 있는데 진입규제를 완화해 경제 기여도를 높이고 투자를 활성화해야 합니다.

中경제 전공 아시아 전문가… KDI 근무 등 한국과 인연도

● 드와이트 퍼킨스 교수는
드와이트 퍼킨스 하버드대 명예교수는 미국 내에서 가장 저명한 아시아 경제 전문가 가운데 하나다. 중국 경제를 전공했지만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도 한덕수 전 국무총리,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과거 지도했던 한국인 제자들에 대해 애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 1972년 한국개발연구원(KDI) 창립 때 연구원으로 근무했고 KDI와 공동으로 여러 차례 주제발표를 하기도 했다. 2012년에는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등과 함께 '기적에서 성숙으로:한국 경제의 성장'이라는 저서를 펴냈다. 퍼킨스 교수는 한국·중국·말레이시아·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각국 정부의 경제정책과 개혁에 대한 자문에 참여했다. 또 세계은행과 포드재단 등에서 장기간 컨설턴트를 맡았다.



He is…

△1934년 뉴욕 △1956년 코넬대 졸업 △1961년 하버드대 경제학박사 △1963년~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 △하버드대 경제학과 학장, 국제개발연구소 소장, 아시아센터 소장 등 역임

◇주요 저서 '중국의 시장통제와 계획경제' '한국 경제의 성장 패턴과 구조변화' '동아시아 발전:토대와 전략' 등 20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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