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교황 열풍'에 휩싸인 미국

양키스 구장 대미사에 무려 6만여명 운집, 언론 연일 대대적 보도…李대통령은 뒷전

미국 순방 중인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0일(현지시간) 뉴욕 양키스 구장에서 대규모 군중 미사를 집전하며 환영 인파와 악수하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일요일인 20일(현지시간) 오전 9시31분. 미국을 방문중인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2001년 9ㆍ11테러 참사의 현장인 뉴욕 맨해튼 그라운드 제로를 방문했다. 건설 공사가 진행중인 그라운드 제로 입구에서 방탄차량에서 내린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노란색 연단에 올라 촛불에 켠 뒤 무릎을 꿇고 테러로 숨진 희생자와 부상자, 유가족을 위해 기도하고 세계 평화를 기원했다. “신이시여, 폭력의 세상에 모든 남녀에게, 지상의 모든 나라에 당신의 평화를 주시고, 당신의 사랑의 길을 열어주소서” 교황은 이날 그라운드 제로 방문에 희생자 가족 16명을 비롯해 생존자와 구조요원 등 테러 피해와 관련된 24명을 초청, 일일이 위로했다. 이들에게는 그라운드 제로의 잔해에서 나온 쇠로 만든 십자가가 수여됐다. 십자가에는 ‘9ㆍ11을 기억하며’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1979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교황의 미국 방문에 개신교 국가인 미국이 열광했다. 미국의 ABC와 NBC등 주요 방송은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교황의 미국 방문 일정을 생중계했으며, 워싱턴 포스트와 뉴욕타임스 등 주요 신문들도 하루도 빠짐 없이 교황 기사를 사진과 함께 1면으로 다뤘다. 이 바람에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 일정이 여느 때보다 미 언론들의 관심이 높았지만, 뒷전에 밀렸다. 교황의 6일(15~20일)간의 방미 일정의 하이라이트는 이날 오후 뉴욕 양키스 구장에서 집전한 대미사. 이날 미사에는 무려 6만 여명이 몰려 양키스구장은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지난 17일 워싱턴 내셔널파크 야구장에서의 미사 때처럼 이날 대미사에서도 입장권 암거래가 벌어지는 소동이 빚어졌다. 지역 교회구와 주교구 등에 무료 입장권에 배포됐으나 20여 만 명이 신청하는 바람에 미사 입장권 절대량이 부족 한 것. 온라인상에는 150달러에 입장권을 팔겠다는 제안도 올라왔다. 교황은 이날 미사에서 “자유와 기회의 땅인 이곳에서 교회는 다양한 군중을 뭉치게 하고 미국 사회를 위해 크게 기여했다”며 교회를 찬양하고 태아를 포함한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할 것을 강조해 낙태에 대해 다시 한번 경종을 울렸다. 지난 15일 미국 워싱턴에 도착한 교황은 미국으로 오는 기내에서 미국내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문제를 “매우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하며 일정을 시작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첫번째 방문지인 워싱턴 방문기간 중 백악관으로부터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교황의 81번째 생일이던 지난 16일 백악관은 교황 환영 행사에 역대 사상 최대 규모인 9,000명이 넘는 각계 인사를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앞서 지난 15일 교황이 워싱턴 근교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할 때는 조지 부시 대통령과 부인 로라 부시여사가 직접 영접했다. 미 대통령이 외빈을 공항까지 나가 직접 맞이한 것은 처음이다. 교황은 17일에는 워싱턴 시내 내셔널 파크 야구장에서 미사를 집전한 뒤 워싱턴 주재 교황청 대사관 내 소성당에서 성추행 피해자들을 면담했으며, 이어 18일에는 뉴욕으로 이동해 유엔본부를 방문해 반기문 사무총장을 면담하고 유엔 총회장에서 연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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