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외풍에 시달리는 FRB 통화정책

김대중 정부가 인위적 경기부양에 힘을 쏟던 지난 2001년, 한국은행은 ‘한국과 미국의 통화정책 비교’라는 보고서를 냈다. 내용은 이렇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독립적 통화정책기관으로 시장의 신뢰를 받는 반면 한국은 정부와 정치권의 잦은 개입으로 통화정책의 중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다. ‘재경부 남대문 출장소’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고분고분하던 한은의 대항(?)에 정부는 적이 당혹했다. ‘한은의 통화정책을 지지한다’는 정부의 코멘트에 보고서 파문은 수습됐지만 앙금은 참여정부 들어 2004년 이헌재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과 박승 전 한은 총재 간의 ‘폭탄주 회합’ 이전까지 가라앉지 않았다. 일본에선 정부가 금리정책에 노골적으로 압력을 넣는다. 지난 4월 지방선거와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아베 신조 정권의 통화정책 개입은 극에 달했다. 일본은행(BOJ)의 금리인상 움직임은 아베 정권의 눈엣가시였다. 1월 오미 고지 재무상은 “통화정책은 경제성장을 지지해야 한다”며 압박했고 결국 BOJ는 금리를 동결했다. 당시 블룸버그통신은 “BOJ가 정치권 압력에 굴복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BOJ는 2월에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아시아국가의 후진성을 꾸짖던 미국은 어떨까. 한은의 지적대로 정부의 개입은 거의 전무하다. 그러나 내년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좀 다르다. 프랭크 바니 민주당 의원은 지난 주 작심한 듯 “인플레 억제가 경제성장과 고용의 위협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은 지지받지 못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하원금융위원장인 그의 발언이 가지는 무게는 여느 정치인과는 다르다. 앞서 크리스토퍼 도드 상원금융위원장(민주당)도 벤 버냉키 FRB 의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지금은 행동할 시기”라고 압박했다. 위기 발생시 통화정책에 개입하려는 달콤한 유혹은 미국도 예외가 아니며 이는 그만큼 서브 프라임 부실의 심각성을 드러내는 방증이다. 글로벌 기준을 내세우며 아시아권의 관치(官治)를 질타하던 미 언론도 FRB간섭에 대해 비판의 수위가 무딘 것도 개운치 않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