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檢, 론스타 경영진 영장기각놓고 충돌
法 "증거인멸·도주 우려 없어"…檢 "수사 하지말라는 말이냐"
이병관기자 comeon@sed.co.kr
정상명(가운데) 검찰 총장과 수뇌부들이 3일 엘리스 쇼트 론스타 부회장과 마이클 톰슨 법률담당 이사에 대한 체포영장 재청구를 결정하고 대검찰청을 걸어나오고 있다. /왕태석기자
주가조작 혐의를 받고있는 론스타 경영진에 대한 영장 기각을 놓고 법원과 검찰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
검찰은 3일 한국은 물론 미국 등 선진국에서 중죄로 처벌하고 있는 주가조작범을 이렇게 풀어주면 '수사를 하지 말라는 말이냐'며 법원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대해 법원은 "영장발부 문제는 법원의 관할"이라며 "불구속 수사 추세에다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어 기각했다"며 반발하고 있어 법원ㆍ검찰 양대 기관의 감정싸움으로 비화하고 있다.
론스타 경영진에 대한 영장 기각으로 검찰이 8개월 동안 야심차게 준비해왔던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수사는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났다. 검찰은 당초 지난 2003년 론스타 측의 외환은행 인수팀장이었던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신병을 확보해 주가조작 사건에서 더 나아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전반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었지만 적지않은 차질을 빚게 됐다.
법원이 오는 6일 외환은행 헐값 매각 등 배임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에 대해서도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 없음' 등을 이유로 기각한다면 검찰로서는 론스타 몸통 사건인 헐값 매각 의혹 규명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 검찰이 이번 론스타 영장 기각을 놓고 법원에 맹공을 퍼붓고 있는 것도 더 이상 영장 문제에서 밀려서는 안된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검찰은 이번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거대 외국계 사모펀드가 국내 자본시장을 얕보고 주가 시세조종을 통해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중대한 범죄라고 규정했다. 검찰은 미국 IT업체인 월드콤의 버나드 에버스 회장이 증권거래법 위반으로 25년형을 선고받은 것을 예로 들며 도대체 법원은 누구를 위해, 무엇 때문에 중죄인의 영장을 기각하느냐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의 이상훈 형사 수석부장은 "검찰 수사에 법원이 이러쿵저러쿵 간섭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검찰도 법원의 고유권한인 영장발부 문제에 개입해서는 안된다"고 못박았다.
이번 론스타 사건은 영장문제를 놓고 그동안 폭발 직전에 있던 법원과 검찰의 갈등이 드디어 밖으로 표출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최고 특수수사기관인 대검 중수부의 경우 구속영장 기각률이 2003년 0%에서 2004년 9.9%, 지난해 9.1% 등 10% 미만을 유지해왔으나 올 1∼9월 26.9%로 급증했으며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도 지난해 11.1%에서 올 1∼9월 21.4%로 크게 늘어났다.
론스타 사건은 7건이나 영장이 기각됐다. 박영수 대검 중수부장은 "(이번 론스타 기각건 외에도) 중수부가 수사 중인 외환은행 매각 의혹 사건과 관련해 100억원이 넘는 배임ㆍ탈세 혐의로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와 정헌주 허드슨코리아 대표, 박제용 한국투자공사 상무의 영장을 청구했으나 조사가 끝나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사실상 이들은 매각 의혹을 규명하는 핵심 인물인데 적기에 구속하지 못해 수사에 큰 애로를 겪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영장 기각에 대해 불복하는 절차마련 등 시스템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입력시간 : 2006/11/03 1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