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슬럼프 깨고 '괴물'로 돌아온 김경태

"단단해진 골프로 미국무대 재도전해야죠"

日개인 최다 4승·상금 랭킹 선두… 내년 PGA 메이저 초청 가능성 커

"PGA서 우승하는 게 가장 큰 꿈… 시드 위해 2부투어 출전 의향도"

김경태 /사진제공=타이틀리스트


"우승했다가도 바로 다음주에 예선 탈락하는 게 골프잖아요. 워낙 예민한 운동이니까…. 잘된다고 우쭐댈 것도, 안 된다고 기죽을 것도 없다는 생각으로 2년여를 버틴 거죠."

슬럼프를 깨고 '괴물'로 돌아온 김경태(29·신한금융그룹)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예전에 워낙 유명했기에 안 될 때의 좌절감이 버겁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도 그는 "옛날에는 제가 지닌 실력 이상으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며 자세를 낮췄다. "안 풀릴 때도 참고 가다 보면 기회가 올 거라는 생각을 놓지 않았습니다."


김경태는 괴물로 불렸다. 아마추어 때 이미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2승을 올리고 도하아시안게임 2관왕에 지난 2007년 프로 데뷔하자마자 2개 대회에서 연속 우승했다. 그해 3승으로 상금왕·신인왕에 대상까지 싹쓸이했다. 2008년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출전권도 얻은 김경태는 2010년 일본계가 아닌 선수로는 사상 최초로 JGTO 상금왕에도 올랐다. 그랬던 김경태는 지난해까지 2년여간 급격한 내리막을 겪었다. 18위(2011년)까지 찍었던 세계랭킹은 올 4월 352위까지 추락했다. 최경주·양용은을 이을 슈퍼스타로 지목받다 '잊힌 괴물'로 전락한 것이다. 미국 무대 성공을 위해 거리를 늘리려 스윙에 지나치게 손을 댔던 게 독이 됐다. 김경태는 그러나 6월 2년9개월 만의 우승을 시작으로 지난달 27일 미쓰비시 다이아몬드컵까지 3개월여 동안 개인 한 시즌 최다인 4승을 쌓으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시즌 상금 1억900만엔(약 10억7,000만원)으로 5년 만의 일본 투어 상금왕 탈환에 바짝 다가섰고 세계랭킹도 94위로 끌어올렸다. 100위 내 한국인은 안병훈(52위)과 배상문(85위), 김경태 세 명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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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신문이 1~4일 도카이 클래식 출전을 위해 일본에 머무는 김경태와 30일 통화했다. 그는 "200위권까지 떨어진 뒤로 세계랭킹은 아예 보지도 않았는데 지금부터는 좀 봐야겠다"며 웃었다. 2위와 5,200만엔 차이의 여유로운 상금 선두인 김경태는 이대로 상금왕을 차지한다면 다음 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대회와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 등 굵직한 대회에 초청받는다. 세계랭킹을 좀 더 끌어올리면 초청받는 대회 수는 더 늘어난다.

김경태는 여전히 미국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년 리우 올림픽에 나가야 한다는 생각은 올 시즌 중반부터 해왔어요. 남은 시즌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죠. 올림픽도 그렇지만 가장 큰 꿈은 PGA 투어 가서 우승해보는 것입니다." 김경태는 2011년 8월 PGA 투어 윈덤 챔피언십에서 공동 4위에 오른 경험이 있다. 특급대회 WGC 브리지스톤 대회에서는 그해 공동 6위를 했다. 정식 진출은 아니었고 세계랭킹 상위 자격으로 한 시즌에 많게는 11개 대회에 출전했다. 하지만 4년간 총 23개 출전 대회에서 톱10은 단 2번뿐, 7번은 예선 탈락이었다. 김경태는 "출전 대회가 적었는데 그 안에서 최대한 성적을 내 다음 시즌 시드(풀타임 출전권)를 따내려 하니 압박이 심했다. 무리하게 공격적으로 플레이했다"고 돌아본 뒤 "이제는 경험도 쌓였고 몸 상태와 샷 감도 좋아 다시 못 올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의치 않으면 웹닷컴(2부) 투어를 뛸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초청 대회 수가 적어 시드를 따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되면 2부 투어를 거쳐 PGA 투어를 두드릴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골프에 다시 자신이 생겼다는 얘기로도 들렸다. 김경태는 "예전에도 잘한 적은 있지만 지금은 골프가 훨씬 단단해진 느낌이다. 올 시즌뿐 아니라 오래갈 것 같은 기분"이라고 했다. 시행착오 끝에 팔과 손, 클럽이 한 몸처럼 다운스윙 되는 안정된 동작이 몸에 익었다는 설명. 결혼에 이어 첫 아이까지 얻으면서 심적으로 성숙해진 영향도 커 보였다. 김경태는 생후 6개월이 채 안 된 아들을 소개하며 "2~3개월 때 뒤집기를 시작했고 지금은 조금씩 기어 다니는 단계"라며 자랑도 잊지 않았다. 짬짬이 한국에 들어가 아내와 아들을 만날 때가 가장 기쁘다고 한다.

2년여의 내리막을 지나 오르막에 올라탄 김경태는 "골프든 다른 일이든 사람들의 기대대로 항상 잘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운 것 같다"며 "분명한 것은 크게 망가졌다가 극복해내고 올라오면 그 전보다 발전해 있더라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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