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총선 이후 말레이시아


지난 5일 치러진 말레이시아 제13대 총선에서 여당연합인 국민전선(BN)이 전체 의석 222석 중 133석을 획득, 재집권에 성공했다. 그러나 유효 정당 득표율에서는 47%로 오히려 53%를 획득한 야당연합(PR)에 뒤졌다.

60년 장기 집권 변화 조짐


이번 선거는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여야 간 팽팽한 긴장 속에 치러졌다. '정치적 쓰나미'로 불렸던 2008년 총선에서 여당이 3분의2 의석 획득에 실패한 후 지속적인 지지율 하락이 이어졌다. 특히 도심 지역, 청년층, 중국계 유권자를 중심으로 여당에 등을 돌리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아울러 연이은 부정부패 사건, 범죄율 증가와 같은 사회불안 요인, 경제침체 등이 겹치며 독립 이후 최초의 정권교체 가능성도 있었다.

주요 야당들은 야당연합을 결성하고 안와르 이브라힘을 중심으로 결속을 다졌다. 한편 나집 라작 총리가 전면에 나선 여당도 그간의 개혁노력과 개발계획을 홍보하며 정치적 사활을 건 총력전을 펼쳤다. 더구나 정부는 자금ㆍ미디어ㆍ조직 등 이른바 '3M'을 장악해왔다. 이를 통해 역대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었으며 이는 말레이시아 내 제도적 민주화를 넘어 민주주의 공고화로의 이행에 큰 걸림돌로 지적돼왔다.


이번 선거가 역대 선거와 달리 종족ㆍ종교적 요인을 넘어설 수 있을지는 중요한 쟁점이었다. 식민통치의 유산으로 형성된 다민족 사회구조로 인해 정당 또한 말레이계ㆍ중국계ㆍ인도계ㆍ소수종족 등 각각의 종족집단을 대표하며 이들을 주요 지지기반으로 삼는다. 정치 지도자들은 국내 정치문제에 직면할 경우 종종 종족 간 민감성을 이용해 야당 또는 비판세력을 분열시키고는 했다. 2008년 총선에 불어닥친 변화의 바람으로 종족과 종교적 요인에서 부정부패ㆍ경제문제ㆍ민주화 등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기대가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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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결과를 볼 때 여야 모두 어느 일방의 승리를 선언하기에 어려운 상황이다. 야당연합은 지난 총선에 비해 7석 더 확보했지만 목표했던 정권교체에는 실패했다. 야당연합 중 중국계에 기반한 정당인 DAP가 10석을 추가한 반면 말레이계 기반 정당들은 3석을 잃었다. 이러한 결과를 두고 여당 일각에서는 '중국계의 정치 쓰나미'라고 폄하하고 있다. 반면 지난 총선 때 여당에서 이탈했던 말레이계의 표심이 상당수 돌아왔다는 점 등은 앞으로 종족적 요인의 중요성이 재부상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여당은 중국계의 지지를 상실한 상태에서 정치적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과정에서 불거진 금품 살포, 부정 투표자 등의 문제는 당분간 정국의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적으로는 추가적인 개혁달성 여부가 나집 정권의 안정, 나아가 여당의 지지회복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넘는 안정적 관계망 확보해야

이번 선거결과에 대해 증시와 외국인 투자가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최초의 정권교체가 있을 경우 정국혼란 가능성과 현 정권과 구축한 네트워크와 유대관계의 손실을 우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 총선 결과는 나집 총리의 안정적 리더십을 뒷받침하기에는 부족하다. 아울러 지난 총선 이후 야당이 집권한 4개 주에서 급격한 변화보다는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야당의 국정운영 능력이 간접적으로 증명됐다. 실제 외교ㆍ통상 정책에 있어서도 현재의 여야 간 뚜렷한 차이점을 발견하기 쉽지 않다.

한국 정부와 투자 진출기업들은 지난 60년간 장기 집권이라는 외형과는 달리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상존하는 역동적 시기임을 인식하고 노후(know-who)에 의존하기보다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담보할 수 있는 시스템적 접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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