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日 "수출효자 3인방 韓에 다 뺏겨"

엔고·FTA 지연 등 영향… 시장 격차 갈수록 벌어져<br>부품소재사 속속 韓 이전, 기술·경쟁력 약화 우려도


일본 수출의 효자 3인방으로 활약했던 자동차ㆍ조선ㆍ전기전자 업계가 한국 기업에 글로벌 시장을 속수무책으로 빼앗기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일본 내에서 고조되고 있다. 품질력 차이는 거의 사라진 반면 한국의 공격적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으로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7일 현대자동차ㆍ삼성중공업 등 한국의 대기업이 높아진 품질과 원화가치의 상대적 약세를 내세워 일본 경쟁사를 압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과 일본 기업의 명암이 가장 뚜렷하게 엇갈리는 산업분야는 조선업이다. 올 들어 자원개발 열기가 높아지면서 급증하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유조선이나 해저 굴삭선 등의 계약상담은 대부분 한국이 독차지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굴삭선 수주 실적이 지난해 3척에서 올해 이미 10척으로 늘어나고 해양플랜트를 포함한 총 수주실적은 140억달러를 넘어섰다. LNG선의 경우 올해 수주실적은 벌써 14척에 달했다. 반면 일본 조선업은 세계 시장에서 고개가 꺾인 지 오래다. 일본 대형 조선업체의 올해 LNG선 수주 실적은 미쓰비시중공업이 일본 해운사인 닛폰유센으로부터 4년 반 만에 이끌어 낸 200억엔 규모의 LNG선 단 한 척이 유일하다. 업계 관계자는 "달러화 기준으로 계약이 이뤄지는 조선업의 경우 현재 환율 수준으로는 같은 배를 수주해도 한국보다 일본 제품이 30%가량 비싸진다"며 엔고에 따른 해외 수주 부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일본 차의 부진과 한국산의 약진이 눈에 띈다. 올 상반기 현대기아차의 미국 내 점유율은 9%에 달해 미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도요타자동차(12.8%)와 혼다(9.6%)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현대기아차(4.7%)가 도요타(4.0%)를 이미 앞질렀다. 여기에 유럽연합(EU)과의 FTA 발효로 유럽 시장에서 한국 차의 가격경쟁력은 앞으로 더욱 높아지게 된다. 일본자동차공업회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이 FTA나 경제동반자협정(EPA)을 체결했거나 교섭하고 있는 국가의 자동차 시장 규모는 한국이 EU나 미국ㆍ인도 등 총 4,100만대에 달하는 반면 일본은 멕시코나 동남아시아 등 810만대에 그쳐 3,000만대 이상 차이가 난다. 전기전자 업종에서도 반도체나 액정패널뿐 아니라 다방면의 분야에서 한국이 일본을 위협하고 있다. 일본이 장악해온 사무기기 분야의 경우 금액 기준으로는 후지제록스나 캐논이 여전히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판매대수에서는 삼성전자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리튬이온전지는 올해 한국계의 시장점유율이 일본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되며 전기를 비축하는 콘덴서 분야에서도 삼성이 세계 2위로 뛰어올랐다고 신문은 전했다. 최근에는 한국과의 거래 확대를 위해 생산설비를 한국으로 옮기는 일본 부품소재 업체가 속출하면서 일본 업계에 새로운 위협을 가하고 있다. 기술력 있는 부품소재 기업이 한국으로 터를 옮기면서 일본 대기업의 제품개발 능력과 경쟁력이 한층 약화된다는 새로운 '공동화' 현상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이날 '한국에 이기는 전자산업을 만들기 위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히트제품 개발능력이 약해지면서 부품소재 산업의 일본 이탈이 가속화하고 이는 다시 완성품업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시작했다"며 "(위기 극복을 위한) '돌파형' 기술이 국내에서 줄어드는 원인을 찾아 제품개발 방안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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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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