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행은 자동차에 비유하면 지난 5년 동안 창문부터 엔진까지 모든 게 정비돼 어느 자동차보다 빨리 달릴 수 있는 차량이다. 이런 은행을 인수해 아시아 금융시장 확대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게 스탠다드차타드(SCB)의 전략이다.”
카이 나르골왈라 SCB 아시아지역 총괄대표와 마이크 드노마 소매금융 총괄이사 등 SCB 관계자들은 10일 제일은행 인수를 공식 발표하면서 인수배경을 이같이 함축적으로 표현했다.
나르골왈라 대표는 “제일은행을 통해 아시아 금융시장 공략을 강화할 방침”이라며 “한국시장에서 8~12%의 시장점유율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앞으로 모기지론과 중소기업대출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제일은행을 통해 SCB의 아시아ㆍ아프리카ㆍ중동지역 확장정책을 본격화하겠다는 것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제일은행 인수를 통해 SCB가 얻는 효과는.
▲제일은행 인수로 SCB에 한국은 홍콩 다음으로 많은 자산을 보유한 중요 시장이 됐다. 아시아 시장에서 수익원을 다양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높은 가격으로 제일은행을 인수한 배경은.
▲제일은행의 자산규모 기준 시장점유율은 6% 정도이지만 무수익여신(NPL) 비율이 다른 은행보다 현저히 낮다. 자산구성(포트폴리오)도 소매와 기업ㆍ카드ㆍ외환 등 금융업 전반에 걸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짜여 있는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제일은행 상호와 인력 및 지점 등 구조조정 계획은.
▲상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를 놓고 검토 중이다. 초대 최고경영자(CEO)는 임원 중에서 한명을 선임한 뒤 그동안의 관례에 따라 점진적으로 한국계 CEO로 교체할 생각이다.
당장 지점을 늘리거나 줄이지는 않겠지만 일부 지점의 경우 옮기는 것은 고려할 수 있다. 수년간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이 이뤄졌기 때문에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으며 신입사원 채용 등을 통해 젊고 유능한 인재를 보강할 계획이다.
-막판에 협상가격이 인상된 것으로 아는데.
▲알려진 것과 달리 다른 상대경쟁자와 가격차이가 크지 않았다. 문제는 SCB가 다른 조건에서 유연성이 좋았고 상대 경쟁자와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협상속도가 빨라졌을 뿐이다. 홍콩상하이은행(HSBC)과는 140여년간 경쟁했다. 이번 협상은 공정했고 가격도 적정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