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증시안정책 세운다] 단기부양책보다 수급개선 초점

김진표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7일 주식시장 수급여건 개선을 말한 것은 `대증요법보다는 원인치료`를 중시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경제지표가 전반적으로 악화하고 있지만 단기 부양책만큼은 쓰지 않겠다는 거시경제정책기조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시장의 관심은 이른 바 `약발`. 오는 10일로 예정된 재경부의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나올 증시수요기반 확충방안이 주가 급락세를 진정시킬 수 있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연 즉각적인 효과가 있을지는 그 내용에 달렸다. ◇단기부양은 안한다=그동안 정부는 주식시장이 떨어질 때마다 부양책을 운운했다. 연ㆍ기금을 동원하는 것은 약방의 감초였다. 그러나 김 부총리는 이날 장기적인 수급안정안정을 염두에 두고 있는 느낌이다. 김 부총리도 부양대책을 검토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보도가 나가자 `단기부양책은 없다`고 말했다. 단기부양책을 고려하지 않는 이유는 두가지로 해석된다. 첫째 단기부양의 효과가 이제는 미미하다는 점이다. 일일거래대금이 2조원에 육박하고 외부여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외국인투자자 비중이 35%에 달하는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대증요법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게 재경부의 판단이다. 두번째는 장기침체를 겪고 있는 증시로의 자금유입은 부진하지만 대기성 자금은 여전히 풍부하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 2월말 현재 주식관련자금의 시가총액에 대한 비율은 29.3%로 2000년 이후 최저치인 21.2%와 최고치인 33.8%의 중간 이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돈이 흐를만한 마땅한 출구가 없는데다 주식시장의 외부여건이 약간만 나아져도 유입될 수 있는 대기성 자금이 풍부한 상황이어서 부작용이 우려되는 단기부양책은 정책우선순위밖에 머물 수 밖에 없는 분위기다. ◇어떤 증시대책 나올까=동원될 수 있는 대책은 ▲연기금과 기관투자가의 주식투자 증액 ▲시중여유자금의 주식투자유도 ▲기업경영 투명성 제고를 통한 외국인투자자의 신뢰도 제고 ▲은행 점포와 보험사를 통한 판매망 확충 ▲증권거래세 인하 등이 꼽힌다. 그러나 판매망 확충이나 거래세 인하 등 미시적이고 단기적인 대책은 이번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문에 증시대책이라는 게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나온 `조자룡의 헌 창`격인 단골메뉴로 국한됐다고 볼 수도 있다. 재경부는 이를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장수급을 근원적으로 안정시킨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실망스런 대목이다. ◇가시적 효과도 가능=그러나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 무엇보다 연금의 투자 확대가 가능하다. 증시 최대의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의 자산규모가 오는 5월이면 100조원을 넘어선다. 한달이면 1조5,000억원씩 신규자금이 유입돼 어느 때보다 주식투자 여력이 높다. 국민연금은 올해 주식시장 신규투자를 당초 계획인 4조원보다 늘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더욱이 국민연금은 국내 채권투자도 더욱 큰 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는 기업의 증자를 통한 자본조달 수요 감소→공급물량 축소→수급안정→주가상승의 연쇄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연금이 주식시장에 본격적으로 들어오는 시기는 면밀한 계산이 따를 전망이다. 자칫 한국주식을 처분하고 떠나려는 외국인들의 주머니만 채워주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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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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