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여름 정기세일은 막을 내렸지만, 장기화되는 의류업계 불황으로 일부 업체는 벌써부터 가을 신상품에 대한 세일까지 실시하는 등 사실상 `연중 세일`체제로 돌입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래 계속되는 의류경기 침체로 올들어 의류 세일폭은 예년대비 10~20%포인트 가량 늘어난 상태. 게다가 올 2~3월 봄 신상품 출하 직후 매출 부진 극복을 위한 조기 세일이 실시된 이래 봄 이월상품 세일, 여름 신상품 세일, 백화점의 여름 정기세일과 가을 신상품 세일까지 할인 공세를 이어가는 등 상당수의 의류업체들은 사실상 제 값을 받고 제품을 판매하기를 포기한 상태다.
가두점 판매에 주력하는 나산의 경우 우량 고객들을 대상으로 가을 신상품에 대한 20% 할인 쿠퐁을 발송하고 예년까지 30% 할인에 그쳤던 캐주얼 브랜드의 할인폭도 50%로 대폭 낮췄다. 여름 세일기간은 8월 중순까지로 잡혀 있지만, 하반기 경기가 풀릴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 할인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기약은 없는 상황.
업계 관계자는 “지난 2~3월 봄 신상품 출시 이후 정상가에 제품이 판매된 적이 거의 없는 것같다”고 말했다. 게다가 상당수 업체들은 가을 신상품도 예년보다 한 달정도 빨리 출시해 놓은 상태여서 여름제품에 대한 브랜드 세일이 끝나는 것과 맞물려 가을 옷도 싼 값에 내놓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달 말이면 가을 제품으로 대부분 물갈이가 될 것”이라며 “출시와 동시에 세일에 돌입하는 경우가 많아 막상 가을에는 무엇을 팔아야 할 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이 와중에도 일부 브랜드들은 꿋꿋하게 `노세일`을 고수하면서 차별화된 이미지 확립에 나서고 있다. LG패션의 `헤지스`와 `닥스골프`, 제일모직의 `빨질레리`, 한섬의 `타임`과 `타임 옴므`등이 대표적. 어느 정도의 고정 고객을 확보한 이들 브랜드는 `명품`이미지 확립과 세일 없이도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례적인 불황 속에서도 정상가 판매를 고집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노세일 브랜드도 경기 침체와 함께 극소수로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노세일 브랜드의 한 관계자는 “불황기 의류업계에서는 세일이 거의 유일한 마케팅”이라며 “가격 할인이라는 미봉책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돌파구로서의 마케팅 기법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경립기자 kls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