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가도(冊架圖)' 등 민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풍속화로 유명한 작가 김지혜(32)의 개인전이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22일부터 시작됐다. 전시는 가나아트갤러리가 올 초 젊은 작가 7명의 작품을 소개하기 위한 기획전 '더 컨템포러리(The Contemporary)' 중 다섯번째로 제목은 '경계의 삶(Border Life). 조선시대 상류층 문화를 상징하는 민화 책가도에는 책과 문방사우 등 사대부들이 사용하거나 갖고 싶어하는 사물이 책꽃이에 나란히 정리돼 있다. 김지혜는 책가도에 노트북ㆍ핸드백ㆍ구두ㆍ담배 등 요즘 사람들이 사용하는 물건을 조선시대 사물과 섞어서 재구성했다. 전통의 오방색으로 채색한 그의 작품은 조선시대 민화의 형식과 특징을 최대한 살리면서 현대적인 메시지를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시에는 다양한 형태의 책가도와 신작 '미채 산수도' 등 현대적으로 해석한 풍속화 25점을 선보인다. 미채(迷彩)는 위장을 의미하는 카무플라주(camouflage)의 또 다른 번역어로 전통적인 관념 산수화의 형식을 차용하면서 그 안에 군복 패턴을 절묘하게 조합해 현실의 위장된 산수풍경을 표현해 낸다. 작가는 평온하고 장엄해 보이는 서울 인근의 산이 군사 보안지역에 속해있다는 위태로운 현실에 주목하면서 산이 안고 있는 현실적인 의미를 전통적인 기법으로 묘사해 냈다. 작품 가격은 100호(1호는 우편엽서 크기) 기준으로 1,200만원 선에 책정됐다. 전시에는 100호 이상의 대작이 8점 걸렸으며, 나머지는 50호 미만 크기의 작품이다. 전시는 9월 4일까지. (02)736-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