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영웅과 문화

홍성균 <신한카드 사장>

최근 우리 사회에 문화를 바꿔보자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병영 문화를 바꾸자든지 이른바 ‘네티켓’을 지키자는 등 좀더 나은 방향으로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자는 논의가 활발한 것 같아 흐뭇한 마음이다. 그런데 약간 염려되는 부분이 있다. 맹자 어머니가 세 번 이사를 하면서 어린 맹자에게 올바른 습관이 들게 한 것처럼 올바른 문화를 세우는 것은 긴 시간 동안 우리 삶의 방식을 조금씩 바꿔나가야만 가능한데 그것을 금방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법이나 규정으로 바른 문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믿거나 문제가 생기면 담당자에게 책임을 물어 해결하려고 생각하는 것 등이다. 가정에서 자녀들에게 공부해라, 일찍 일어나라고 잔소리를 해보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텐데 그 순간은 아이들이 듣는 것 같아도 시간이 흐르면 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간 경우가 많을 것이다. 잔소리나 혼을 내는 것처럼 규정이나 처벌로 단기간에 습관을 고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들이 솔선수범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책을 읽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가 자연스럽게 책을 접하는 것처럼 좋은 습관은 오랜 시간 동안 서서히 자연스럽게 체득하도록 해야 한다. 최고경영자(CEO)는 할 일이 많은 자리이기는 하지만 그중 올바른 조직 문화가 자리잡도록 노력하는 것도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그런데 이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근태를 철저히 하라, 열정을 갖고 일하라 등등 직원들에게 아무리 강요해도 회사 문화로 자리잡지는 못한다. 항상 책을 읽는 부모처럼 회사 내에서도 보고 배울 수 있는 존재가 있어야 한다. 사원 모두에게 ‘여기서 성공하려면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계시하고 있는 자, 이런 존재를 나는 조직 내의 ‘영웅’이라 부르고 싶다. 직원들은 영웅들과 함께 일하면서 그들의 창의와 열정, 도전정신 등을 배울 것이며 그들도 순차적으로 새로운 영웅이 되어갈 것이다. CEO를 포함한 사회 각 지도자의 임무가 올바른 문화를 세우는 것이라면 회사나 사회 각 분야에서 이런 영웅을 많이 키워내는 것이 국가 또는 회사의 비전(vision)을 손쉽게 달성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표면적이고 단기적인 것에 집착하면 안된다. 그들이 보고, 느끼고, 체험해 스스로 올바른 문화를 세우도록 모범을 보여야 한다. 사람들은 보고 배운다. 즉, 본대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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