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성 위암에 걸린 A(71)씨는 올해 초 한 대학병원에 입원해 수술을 받았다. 이 병원 의사의 80%는 선택의사로 지정돼 일반의사에게 진료를 받기 어려워 A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값비싼 선택진료(특진)를 받았다. 건강보험 지원을 받는 일반병실(6인실)에 입원을 희망했지만 자리가 없어 1인실에서 이틀, 2인실과 4인실에서 각각 여드레씩 머문 뒤에야 6인실로 옮길 수 있었다. 또 가족들이 모두 일터로 나가 A씨를 돌볼 수 없는 평일에는 하루 8만원을 주고 간병인을 구했다.
입원한 뒤 25일이 지난 A씨는 건강이 많이 좋아져 퇴원할 수 있게 됐다. 쾌차의 기쁨도 잠시 1,000만원이 넘는 병원비 고지서를 받아든 A씨는 또 다른 시름에 빠졌다.
A씨 치료에 들어간 전체 비용 3,294만원 가운데 건강보험에서 부담한 2,159만원을 뺀 1,135만원이 A씨 몫으로 돌아왔다. 건보 혜택을 받을 때 일부는 반드시 환자가 내는 법정본인부담금 230만원과 기타비용을 빼고 건보 지원을 전혀 못 받는 이른바 3대 비급여 비용만 693만원(선택진료비 421만원+상급병실료 160만원+간병비 112만원)이 청구됐다. A씨 본인부담금의 61%다. A씨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선택진료를 하고 상급병실에 입원할 수밖에 없었다"며 하소연했다.
11일 보건복지부가 대통령에게 업무보고한 3대 비급여제도 개선책이 전격 시행되는 오는 2017년에는 A씨의 부담이 많이 줄어든다. A씨가 올 초 받은 의료 서비스를 3년 뒤 똑같이 받는다고 가정하면 3대 비급여 항목에 필요한 비용은 234만원으로 지금의 3분의1 수준으로 떨어진다.
우선 선택진료가 사라진다. 올 하반기 선택진료비가 평균 35%가량 줄고 전체 의사 가운데 선택의사 비율은 현재 병원별 80%에서 2016년 진료과목별 30%로 낮아진다. 2017년에도 전체 의사의 3분의1가량은 현재처럼 환자가 의사를 지정할 수는 있지만 전문진료의사 가산제(가칭)를 통해 건강보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A씨가 병을 잘 고치기로 소문난 특정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다면 2014년 선택진료비(421만원)의 36%가량인 152만원만 내면 된다.
올 하반기부터 4인실도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내년에는 상급종합병원의 일반병상 비율이 현재 50%에서 70%로 늘어나면서 일부 병원에서는 2인실까지도 병실료가 싼 일반병상으로 지정된다. A씨의 입원료는 46만원으로 뚝 떨어진다.
2017년 전체 병상의 25%에 해당하는 7만656병상에 포괄간호 서비스가 적용된다. 병원이 간병까지 맡고 비용의 절반은 건보 급여에서 지급하는 식이다. A씨는 입원해 있는 25일 내내 간병 서비스를 받더라도 비용은 36만원(하루 서비스 이용수가 2만8,800원 가정시)뿐이다.
이처럼 개별 환자의 3대 비급여 항목에 대한 비용부담은 많이 줄어든다. 다만 3대 비급여 개선에 대한 병원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정부가 수술이나 중환자실 이용 등의 건강보험수가를 인상할 계획이기 때문에 다른 진료비용은 오를 가능성이 있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어떤 진료항목의 수가를 얼마나 올릴지 논의해야 한다"며 "100% 본인이 부담해야 했던 3대 비급여 비용을 건강보험이 흡수해 전체 건보 가입자가 나눠 내는 구조로 바뀌면 일부 환자와 가족들의 부담은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