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시보에 향수를 느끼고 TV 드라마를 보기 위해 귀가 시간을 재촉한다면 당신은 구세대임에 틀림없다. 이런저런 이유로 스마트폰을 갖고 다니지만 전화 거는 기능이 불편하다고 느꼈다면 생물학적 나이와 상관없이 당신의 미디어 나이는 40대 이상이다. 미디어 예언자 마셜 매클루언은 '모든 테크놀로지 하나하나가 새로운 척도로 작용해 인간의 새로운 역할을 창조한다'고 표현했다. 뉴미디어를 받아들이는 속도에 따라 세대 간 소비 행태는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신세대'로 불리는 20대의 미디어 이용이 주목받고 있다.
컨설팅회사 엑센츄어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ㆍ유럽 주요국의 젊은 시청자들은 국적에 관계없이 실시간 TV 시청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태의 시청방식을 선호한다. 특히 20대를 전후한 연령층은 전통적 TV 시청에 만족하는 비율이 낮고 PCㆍ모바일기기 등으로 TV를 보겠다고 응답했으며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추가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의사를 가진 사람도 많았다.
인터넷등 뉴미디어 생활화
한국의 20대도 별반 다르지 않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09년 방송매체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20대 가구주의 경우 MP3플레이어ㆍPMPㆍ노트북 등 개인 미디어 기기 보유비율이 타 연령층에 비해 높고 인터넷TV(IPTV) 가입비율이 높았다. 신규매체 이용으로 TVㆍ신문과 같은 전통적인 미디어 이용 시간이 줄었다는 응답이 20대의 경우 47%로 나타나 미디어 대체현상이 뚜렷했다.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매체도 인터넷(68.3%)이 절대 다수를 차지해 TV가 가장 중요하다고 응답한 30대 이상 연령층과 차이를 보인다.
조사결과는 TV 소비행태가 '거실에서 실시간 시청'하는 전통적 방식에서 '시간과 공간에 얽매이지 않는 방식(time-shifted and out of home viewing)'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그 중심이 20대임을 시사한다. 어머니 뱃속에서 인터넷을 배우고 태어났다는 N세대의 이용행태는 미디어 이용 환경 변화와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다. MP3플레이어ㆍDMBㆍ노트북의 등장으로 미디어 기기 이용이 다변화하면서 특정 미디어가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던 것은 과거사가 됐기 때문이다. 시간ㆍ공간에 구애받지 않은 미디어 소비행태 확산으로 '채널'보다 '콘텐츠'가 중요해졌다. 기업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콘텐츠 확보를 위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미디어시장은 글로벌화가 대세다. 멀리 눈 돌릴 필요도 없이 세계 2위의 미디어시장 일본과 거대 잠재시장 중국이 바로 옆에 있다. 가전기기ㆍ자동차ㆍ조선 등 하드웨어 수출은 괄목할 만하다. 이제 그에 상응하는 소프트웨어 수출 전략이 필요하다. 차세대 상품이 리니지가 될지 소녀시대가 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드라마 성공에는 치열한 경쟁 시스템과 시청자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지금의 20대가 구매력 관점에서 불만족스러울지도 모른다. 이웃 일본의 20대는 자동차도 필요 없고 친구도 제한해서 사귀는 '초긴축 생활(minimum life)'에 익숙하다고 한다. 미국도 우리처럼 20대 실업률이 높아 새로운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로 불릴 정도다. 그러나 위기 속에 진정한 기회가 있는 법이다. 이들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아낌없이 지불하는 양면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양방향 의사소통에 친숙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도 관심을 갖는 이들의 행태를 마케팅 관점뿐 아니라 미래사회의 성격을 진단하는 차원에서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다품종 콘텐츠 생산 지향을
디지털 기술 발전과 미디어 진화 속도로 볼 때 미디어 이용 집단은 더욱 더 다양하게 분화할 것이다. 콘텐츠 생산도 다양한 소비자층을 겨냥한 다품종 생산 체제를 지향할 것이다. 무게중심이 미디어에서 소비자로 옮겨가는 권력의 대이동 과정에서 미래 소비자인 20대는 미디어 이용의 '개인화'와 '이동성'을 가속화하는 주류 집단으로 진화할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