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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것의 가치를 우리가 제대로 못보는 경우가 있다. 해외에서 좋은 평판을 받고 유명해지고 나서야 국내에서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신국악' 걸 그룹을 표방하는 소리아밴드가 그 대표적 예다. 이들이 지난해부터 국내외 유명 음악들을 국악기로 재해석해 연주·노래하는 '신국악 무한도전' 프로젝트는 해외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소리아밴드가 인기 록그룹 마룬파이브의 빌보드 싱글 차트 톱 10곡인 '맵스(Maps)', 그룹 2NE1의 세련된 케이팝 '컴백홈', 가수 이승철의 애절한 발라드 '서쪽 하늘' 등을 국악기로 공연하는 유튜브 영상을 본 해외 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환상적이다(Fantastic)', '멋지다(Cool)'라고 칭찬하기 바쁘다. '컴백홈'을 커버한 영상의 조회 수는 이미 500만 뷰가 넘었고, 영상 속 국악기에 대한 궁금증을 드러내는 사람들도 다수다.
"외국 분들은 국악이라는 음악을 저희를 통해 처음 접하는 경우가 많고, 그러다 보니 선입견 없이 좋은 음악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여 주시는 것 같아요. 상대적으로 한국 분들은 저희의 시도가 좋은 취지라는 걸 알지만 아무래도 국악에 대한 고정관념 같은 게 있으시니 '저게 국악이야'라며 고개를 갸웃하시는 분들도 가끔 계시죠."
소리아밴드의 리더이자 팀에서 타악(장구)·거문고 등의 연주를 담당하는 타야의 말이다.
덕분일까. 소리아밴드는 해외 무대에 참 많이 섰다. 보컬인 쏘이는 "2013년 가수 싸이 씨가 백악관 초청을 받아 공연했다고 보도가 많이 됐는데 사실 저희가 그보다 2년 먼저 했었거든요. 한국그룹 최초로 백악관 공연을 한 것은 저희라는 말이죠. 또 저희 곡이 미국 전역에 방송된 다큐멘터리 '김치 크로니클'의 주제곡으로도 사용되기도 했어요. 그밖에도 미국 동부 순회공연, 영국 템즈 페스티벌, 프랑스 샹리부르 페스티벌 등 다양한 무대 경험을 쌓았네요."라고 설명했다. 타야와 쏘이 2인조로 구성된 '소리아밴드'가 정식으로 결성된 것은 2013년이지만 '소리아(Sorea)'라는 이름은 역사가 꽤 깊다. 처음 사용된 것은 벌써 10년도 전인 2005년 무렵부터. '소리아'는 '소울 오브 코리아'의 줄임말로 국악의 전통과 현대 음악의 트렌디함을 접목해 한국의 얼과 혼을 표현하겠다는 포부가 담겨 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음악의 모습이 이 명칭에 담겨 있다고 여겨 이름과 과거의 음악을 고스란히 이어 받았다.
아니, 소리아밴드의 결성 이후로는 '신(新) 국악'이라는 장르를 만들어가겠다는 의지가 더 강해졌다. 지난해 발매된 음원들의 면면을 봐도 뚜렷하다. '어기야디여라차'는 경상도 민요 '뱃노래'를, '아라리가. 났.네.'는 아리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곡이다.
"음악이란 고여 있는 것이 아니라 흐르고 변화한다고 생각해요. 이를테면 브라질의 삼바가 모던 재즈와 결합해서 보사노바가 됐고, 그 음악이 또 일본으로 건너가 시부야계 음악의 바탕을 이룬 거잖아요. 우리 국악도 트렌디한 현대의 여러 음악장르와 결합해 새로운 국악 장르를 이룰 수 있으리라 저희는 생각하고, 그 같은 '신국악'을 저희가 만들어보고자 하는 욕심이 있어요."
케이드라마로 대표되는 한류 1.0, 케이팝으로 이뤄낸 한류2.0을 넘어 한류3.0을 이어갈 그룹으로 소리아밴드가 거론되며 각종 한류 컨퍼런스에 초청을 받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소리아밴드는 오는 27일 서울경제가 주최하는 국제 컨퍼런스인 '서울포럼'의 무대에 선다. "한류 1,0과 2,0이 외적 매력 덕에 인기를 끌었다면 이제는 한국의 정신과 소울로 세계를 매혹시킬 때가 아닌가 싶어요. 다만 접근마저 전통적이라면 영상에 익숙한 요즘 세대가 받아들이기 어렵겠죠. 저희는 한국의 정수를 담은 국악을 현대적이고 세련된 방식으로 세계에 알리는 작업을 계속 할 거예요. 한국과 세계를 잇는 문화 매개자가 되는 날을 꿈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