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이 미국발 훈풍으로 진정된 지 하루 만에 다시 휘청거렸다. 주가는 1,450선으로 뒷걸음쳤고 환율은 1,100원대로 급등했다. 특히 환율이 급등락하면서 시장 참가자들은 물론 가계와 기업도 큰 혼란을 겪고 있다. 9월 위기설이 잦아들기는 했지만 시장은 작은 충격에도 크게 반응하는 불안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대내외 불안요인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이상 변동성 장세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19원90전 급등한 1,101원30전을 기록해 하루 만에 1,100원 고지를 탈환했다. 달러화 강세와 주가급락이 환율상승을 자극했다. 김두현 외환은행 외환운용팀 차장은 “지난 밤 뉴욕 역외선물환시장에서 환율이 1,100원대를 유지하면서 달러화 매수세가 강화됐다”며 “전일의 환율급락이 단기과열에 따른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손절매수가 촉발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코스피지수는 급등에 따른 경계매물과 동시만기일을 앞둔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지면서 하락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2.15포인트(-1.50%) 떨어진 1,454.50포인트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4.60포인트(-1%) 하락한 454.82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11일 선물ㆍ옵션 동시만기일을 앞두고 프로그램 매물이 4,000억원어치 가까이 나와 지수를 끌어내렸다. 유가증권시장에서 15일 만에 순매수에 나섰던 외국인 투자가들은 이날 다시 매도세로 전환해 2,000억원어치 넘게 팔며 하락폭을 키웠다. 아시아증시도 조정양상을 보였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1.77% 하락한 채 마감했으며 홍콩 항셍, 싱가포르, 대만 지수 등도 1~3% 떨어졌다. 전날 급등에서 소외됐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소폭 상승했다. 금리는 국고채 3년물이 전날과 같은 연 5.76%를 유지한 데 비해 국고채 5년물은 0.04%포인트 하락한 연 5.80%를 기록했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전일에는 오랜만의 호재로 시장 심리가 크게 좋아졌지만 단기적으로 보면 수급여건이나 경제지표가 변한 것은 없다”며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정성, 중기 자금난 등 대내외 악재로 금융시장 불안심리는 한동안 갈팡질팡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