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日 '제조업 왕국' 흔들

미쓰시타ㆍNFC등 간판기업 실적부진 휘청"구조조정만이 유일한 돌파구" 목소리 고조 제조업 왕국 일본이 흔들리고 있다. 전자제품의 대명사 소니, 가전제품 명가인 마쓰시타 전기, 세계 유수의 반도체 메이커 NEC 등 간판 기업들이 실적부진으로 휘청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의 대표기업 주변에선 마이너스 성장, 대규모 감원, 최저 주가 갱신 등 불길한 소식만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80~90년대 일본열도 전체가 하나의 공장이 돼 세계 제조업의 풍향을 결정하던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다. ◇제조업 신화 붕괴 잇따라 일본 제조업은 전후의 급성장과 걸맞게 그 동안 많은 신화를 탄생시켜왔다. 마쓰시타 전기의 종신고용제도 그 중 하나. 그러나 마쓰시타는 불황의 한파를 견디지 못하고 마침내 창업 70여년 만에 종신고용의 신화에 종지부를 찍었다. 특히 마쓰시타는 지난 49년 상장 이후 처음으로 분기별 손실을 기록하는 상처도 안게 됐다.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배경으로 일본에게 전자왕국이라는 '왕관'을 씌워 준 소니 역시 신용전망이 하향 조정되는 등 비틀거리고 있다. 소니는 휴대폰 수요 감소 및 결함에 따른 리콜로 143억엔의 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곧바로 장기채 신용 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추락하는 계기가 됐다. 일본 최대이자 세계 3대 반도체 메이커인 NEC는 아예 주력 품목의 일부를 생산 중단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NEC의 지난 1ㆍ4분기 순익은 전년대비 72%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NEC는 이로 인해 인원감축은 물론 3년내 메모리 칩 생산 중단이라는 카드까지 제시한 상태다. ◇구조조정이 유일한 돌파구 될 듯 전문가들은 91년 버블 경제 붕괴 이후 지속되고 있는 '침체→ 회복기미→재침체'의 고질적인 W자형 경기 사이클이 이제 일본 제조업체까지 고착화돠고 있다고 진단했다. 물론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일본 제조업의 경기둔화는 경제 사이클 순환에 따른 것이고 일본 제조업체들이 아직도 강한 경쟁력과 생산력을 보유하고 있어 어느 시점에 이르면 회복세를 보일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세계 경제의 흐름은 제조업에서 첨단기술산업으로 흐르는 등 기본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어 일본 제조업의 정상 복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한 철밥통으로 불리는 일본의 평생고용 원칙들로 최근의 경제흐름과는 배치돼 구조조정만이 가장 효과적인 해답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조9,000억달러(GDP의 약 절반)에 이르는 부실채권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부실채권이 정리되지 않은 한 일본 제조업체의 조기회생은 어렵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철저한 개혁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제조업체들의 구조조정 노력과 정부의 개혁정책이 시너지효과를 발휘해 일본 제조업체가 옛날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한운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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