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회복 기미 안보이는 상권… 마르지 않는 학생들 눈물

세월호 1주기, 안산·단원고는 지금…

市 TF구성 지역경제 살리기에도 경기 침체 맞물려 상인들 한숨만

2학년 교실은 예전 그대로 보존… 추모 기간 맞아 그리움만 커져

10일 진도 서망항 인근 한 식당에서 한 종업원이 손님 없이 텅 빈 테이블을 바라보고 있다. /이호재기자

"최근 안산의 경기 상황을 파악해보기 위해 일부 가게들을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했는데 조사 결과가 너무 좋지 않아 공개할 수조차 없었습니다."

지난 10일 경기도 안산시청의 한 관계자는 요즘 안산의 상황을 이 한마디로 압축해 설명했다. 세월호 사고로 진도와 함께 극심한 침체기를 겪은 안산시는 1년이 지난 요즘에도 어두운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날 저녁 안산시내 상권의 중심지라 불리는 중앙역 앞 '중앙로'는 얼핏 보기에는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오는 등 여느 거리와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직접 만나 본 상인들의 속내는 딴판이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이모(32)씨는 "나라 경제가 안 좋은데다 세월호까지 겹쳐 장사가 안된다"며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 수 있는 방안이 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노래방이나 술집 등은 더 심각하다. 유흥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변모(47)씨는 "세월호 사고 이후 시간이 흐르면 회복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1년이 다 되도록 매출이 회복되지 않아 큰일"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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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김모(50) 중개사도 "장사가 잘될 것 같으면 빈 가게가 왜 나오냐"며 "지금 영업 중인 가게 가운데 돈 버는 가게는 정말 별로 없다"고 털어놨다.

안산시도 이 같은 지역 경제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시는 세월호 사고 이후 지역 경제를 활성화를 위해 간부급 공무원 80여명이 참석한 '지역경제활성화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지금까지 무려 21차례에 걸쳐 회의하는 등 갖가지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오죽했으면 지난해 9월부터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한 달에 한 번은 구내식당을 닫는다. 시청직원들이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함으로써 조금이나 인근 상권에 도움을 주기 위한 고육책이다.

안산시의 한 관계자는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지난해 세월호 침몰 사고로 취소됐던 '안산국제거리축제'를 다음달 1일 진행하고 올해 처음으로 가구축제 등도 열 계획인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로 2학년 10개 반 중 8개 반의 아이들을 잃은 안산 단원고는 여전히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살아남은 75명의 아이들은 이제 3학년이 됐지만 단원고 2∼3층에 남아 있는 2학년 교실은 아직 지난해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날 그대로다. 교실의 달력도 지난해 4월에 멈춰 있다. 수학여행 이후 해야 할 과학의 날 행사, 생일 등이 빼곡히 적혀 있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경기교육청은 13∼17일을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기간'으로 지정해 정상 수업을 하면서도 단원고 학생들이 친구들을 추모할 수 있는 행사를 마련하도록 했다. 하지만 막상 '그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학교는 긴장상태다. 단원고의 한 관계자는 "얼마 전에도 친구가 그리워 2학년 교실에 갔던 여자아이 셋이 울다가 실신 지경에 이르러 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세월호 사고가 청춘의 꿈을 바꾼 경우도 있다. 세월호 사고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오은지(18·가명)양은 응급구호활동가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마음을 다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 오양의 어머니는 "은지가 어떻게든 살아남은 미안함과 아픔을 덜기 위해 꿈을 바꾼 것 같다"며 "아이를 잃은 부모의 아픔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딸이 불시에 찾아오는 그날의 공포·슬픔과도 맞서야 하는 상황에서 입시에 대한 부담감마저 커 지켜보기에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윤종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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