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기업 대출금리 조작' 외환은행 압수수색

검찰, 180억 부당이득 혐의<br>론스타 악령서 못 벗어나… 수사 확대 가능성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가 19일 기업 대출금리를 전산 조작해 거액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컴퓨터 등 사용 사기)로 외환은행을 압수수색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대형 시중은행이 금리조작을 통해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IT 담당자를 불러 2006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변동금리부 기업대출 관련 전산자료를 압수했다. 5일 금융감독원이 외환은행이 기업대출 가산금리 조작을 통해 부당이득을 편취했다고 지적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이기도 하다.


외환은행은 론스타가 대주주였던 당시 전국 290여개 지점에서 6,000여건의 변동금리부 기업대출을 하며 가산금리를 약정금리보다 높게 임의로 전산 입력해 180억원대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비록 예상보다 빨리 압수수색을 실시했지만 주목되는 것은 이면의 의미다. 이번 검찰의 압수수색은 투기자본이 금융산업을 지배했을 때 어떤 부작용이 나타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다. 한마디로 외환은행이 론스타의 악령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외환은행에 남겨진 투기자본의 상흔은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하나금융그룹으로 편입된 후 외환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경영전략에는 론스타의 상처를 씻어내고자 하는 은행의 노력이 진하게 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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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검찰의 압수수색만 해도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론스타는 중기대출 금리인상을 통해 두 가지 효과를 노렸다. 금리인상분만큼 마진(188억원)이 높아지는 효과가 첫 번째라면 금리인상을 통해 위험자산을 줄인 점을 두 번째 효과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금리인상을 통해 위험군인 중기대출을 줄이면 위험가중자산이 줄어들고 그만큼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개선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외환은행을 장기간 끌고 갈 의지가 없었던 론스타 입장에서는 몸값을 올리기 위한 당연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글로벌 네트워크 위축은 또 다른 상처다. 론스타는 국내은행 중 가장 강력한 글로벌 네트워킹을 보유한 외환은행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대신 이를 역행하는 악수를 뒀다. 자산성장 역시 경쟁 은행에 비해 크게 뒤처졌다. 론스타가 대주주로 들어온 직후인 2004년 말까지만 해도 외환은행의 총자산은 60조2,380억원으로 기업은행(74조4,945억원)과 몸집이 비슷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약 14조원에 불과했던 두 은행 간 격차는 지난해 9월 말 현재 약 80조원으로 확대됐다.

한편 이날 압수수색에 나섰던 검찰은 수사확대 여부의 가능성도 열어뒀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를 진행한 뒤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지점장들에 대한 수사도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일단 금리조작 지시를 내렸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본점부터 압수수색하고 차후 지점으로 수사를 확대할지 등을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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