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대우그룹<케레타로전자공장>:19·끝(한국기업의 21세기 비전)

◎「백색가전」 남미공략 교두보 “부푼꿈”/철저한 노무관리·거미줄 판매망… 올 냉장고 등 매출 3,000만불 기대멕시코시티 중심부에서 북쪽으로 2백20㎞를 가면 이 나라 세번째 도시인 케레타로주가 나온다.이 도시의 남쪽 외곽에는 대우전자 냉장고·세탁기 공장을 비롯해 많은 외국기업들이 입주해 있는 베르나르도 킨타나공단이 있다. 멕시코시티에서 이 공단을 오가는 왕복도로는 대형컨테이너 트럭들이 줄줄이 굉음을 울리며 질주한다. 한눈에 산업도로임을 실감케한다. 이 공단에 있는 대우전자 공장(DEHAMEX)의 생산라인에서는 산업도로의 활기에 전혀 손색없는 근로자들의 바쁜 손놀림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대형주문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냉장고의 경우 2교대 작업에 들어갔고, 내년초 1개라인을 증설키로 했다.지난 9월말 박준성 DEHAMEX 대표는 멕시코시티에 있는 대우전자 이승복 중남미 사업본부장(전무)과 모처럼 밝은 표정으로 통화를 했다. 이전무는 『멕시코 최대가전 체인 양판점인 엘렉트라로부터 처음으로 냉장고 6만대 세탁기 6만대를 공급키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당장 내달부터 냉장고 2개 모델 5천대, 세탁기 3개모델 3천대를 한달안에 차질없이 공급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번에 엘렉트라로부터 수주한 물량은 냉장고와 세탁기 연간 생산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엄청난 것. 대우는 엘렉트라의 거대판매망에 주목하고 있다. 멕시코 전국에 6백개의 체인점을 갖고 있고 멕시코내 전자제품의 20%를 판매하는 멕시코 최대 양판점이다. 따라서 『이번 첫 수주는 멕시코 가전시장을 공략하는 데 커다른 전기를 마련한 것』(박대표)이다. 멕시코에 백색가전(주방용 가전제품)공장을 가동하는 것은 국내가전업체로는 대우가 유일하다. 그만큼 생산거점 선점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대우가 멕시코에서 대규모 오더를 잇달아 수주하는 승전보를 울리는 것은 현지에 생산거점을 갖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대우는 특히 고유브랜드로 공급하게 된 점이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동안 엘렉트라측은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으로 납품할 것을 요구해왔으나 대우측은 이를 거부하고 고유브랜드로 납품하겠다고 버텼다. 서영진 대우전자 멕시코시티판매법인(DECOMEX) 대표는 한달간 끈질긴 협상을 통해 마침내 고유브랜드로 납품하는 개가를 올렸다. DEHAMEX는 멕시코 내수시장과 미국의 냉장고 및 세탁기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생산거점이자 남미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하기위해 지난94년 8월 완공됐다. 이 법인은 궁극적으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체결이후 역내무관세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 세계최대시장인 미국시장에서 리딩메이커로 도약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케레타로는 다른 도시에 비해 투자여건이 좋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선 멕시코내수시장을 공략하는 데도 유리한 입지조건을 갖고 있다. 케레타로는 멕시코의 3대도시인 멕시코시티와 몬테레이, 과달라하라를 잇는 삼각점의 한 가운데에 있기 때문. 또 교육수준이 높아 근로자들의 노동의 질이 높다. 여기에 지층이 암반지대여서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고 여름 한낮기온과 겨울철 최저온도가 각각 36도, 5도로 공장안에 에어컨이나 난방시설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 공장내 밝기는 전등에 의존하지 않고 자연광을 활용하는 데도 환하고, 따뜻한 점이 이를 실증해주고 있다. 『이같은 기후조건은 제조코스트를 줄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지금 생각해도 공장부지는 잘 선택했다』(김형만 DEHAMEX 세탁기 생산부장)는 지적이다. 부지 1만5천평, 건평 6천8백평 규모의 이 법인은 자본금 1천만달러 규모로 종업원 2백77명을 거느리고 있다. 현재 냉장고 12만대, 세탁기 15만대를 생산하고 있다. 지금까지 3천8백만달러가 투자됐으며 내년초 물량급증에 따른 냉장고 라인 증설로 인해 1천2백만달러가 추가로 투입될 계획이다. 외형은 올해 3천만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내년은 5천만달러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냉장고 1개라인(연산 10만대)을 추가증설할 경우 3천만달러의 추가매출효과가 기대된다』(윤기수 대리). 냉장고의 경우 생산 8개월만에 미국 카리브연안국, 남미국가등 총11개국가에 13개 고유브랜드로 수출하고 있다. 진출 초기엔 어려움도 많았다. 멕시코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이 다 경험하듯이 높은 이직률과 결근율이 가장 큰 난제. 금요일에 월급을 타고선 주말에 유흥비로 탕진하고 돈이 남으면 월요일에도 안나오는 근로자가 많았다. 박대표는 이같은 문제점을 초기에 바로잡기위해 근로자들에게 강도높은 의식개혁운동을 실시했다. 그는 『다른 것은 다 참을 수 있지만 결근이나 지각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주지시킨 것. 이같은 의식개혁작업은 효과를 나타냈다. 이는 올들어 결근율이 1.5∼1.7%대로 크게 낮아진데서 잘 드러난다. 이는 멕시코에 투자한 한국기업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철저한 노무관리도 기여했다. 생산성이 높고 출석성적이 우수한 사원들에게는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음식쿠폰 제공(월급의 2∼7%상당) ▲저축기금 가입 ▲점심제공(회사측 65%부담)을 비롯 출퇴근 버스를 운행했다. 근로자들의 생산성은 국내근로자들보다도 낫다고 이 법인 관계자들은 강조한다. 예컨대 냉장고라인의 경우 1백30명이 하루에 5백50대를 생산하는 데 이는 인천공장의 근로자들이 만들어내는 수치와 비슷하다는 것. 인건비가 국내의 3분의 1에도 못미치는 것을 감안하면 멕시코 근로자들의 생산성이 3배가량 높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DEHAMEX가 완전한 경영정상화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부품의 현지조달비율을 높여 원가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며, 노무관리의 현지화가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냉장고의 경우 환경오염 규제에 대응, 대체냉매 개발을 서둘러야 하며 미국의 전력사용규제기준을 만족시키는 제품개발도 풀어야 할 과제이다.<멕시코 케레타로=이선춘> ◎인터뷰/박준성 DEHAMEX 대표/“한국 민간외교사절 항상 염두 현지문화 이해 근로자 다뤄야” 박준성 DEHAMEX 대표(52)는 요즘 주재원들에게 교양미와 세련미, 깔끔한 용모를 강조하고 있다. 주재원들의 직급은 높지 않을 지라도 멕시코에선 한국을 대표하는 민간외교사절이자 리더그룹이라는 점을 주지시키기 위해서다. 투자초기에 근로자들의 이직률과 결근율이 높았던 것도 현지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한국식 사고방식을 주입하려다 부작용을 빚었기 때문이라고 역설할 정도로 그는 경영문화를 강조한다. ­임직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방침은. ▲DEHAMEX는 한국기업도 멕시코 기업도 아닌 글로벌라이즈화된 기업이다. 한국과 멕시코의 장단점중 단점은 버리고 장점을 가진 그런 글로벌컴퍼니로 키우자는 점을 적극 당부하고 있다. 이러기 위해선 노무관리가 중요하다. ­초기엔 노무관리가 안돼 어려움이 많았다는 얘기가 있는데. ▲해외투자기업엔 경영의 현지화를 위한 노무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주재원과 현지인간 문화가 다르고 언어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노무관리를 자칫 소홀히 할 땐 모래위에 집을 짓는 잘못을 저지르기 쉽다. ­이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선 주재원들의 의식개혁이 필요할텐데. ▲적절한 지적이다. 한국식 사고방식으로 이곳 근로자들을 지휘하고 관리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현지에 맞는 리더십과 교양있는 마인드가 그래서 중요하다. 예컨대 멕시코인들은 창의성은 없지만 큰소리치지 않고 화내지 않는 민족성을 갖고있다. 이들에게 고함치고 나무라면 회사를 떠나버린다. 내가 임직원들에게 『창의적이고 우아한 대우인이 되자』고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지근로자들은 한국식 경영을 군사문화로 인식하는 경향도 있다는데. ▲일부 한국기업에서 엄격한 규율과 유교적 상명하복을 내세우고 주재원들이 근로자들을 구타한 사건이 있었다. 이로인해 현지 언론들 일부가 한국기업은 군사문화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같은 좋지 않은 이미지가 확산되면서 한국인은 교양이 없다거나 무례하다고 불평을 토로하는 근로자들도 나오고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프랑스의 유력 가전업체인 톰슨 멀티미디어를 인수하게 되면서 북미 및 중남미 생산 마케팅전략이 바뀌는 것은 아닌가. ▲대우가 생산한 제품을 톰슨의 RCA, GE 등 지명도가 높은 브랜드로 수출할 경우 북미시장 확대에 상당한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 양사의 시너지극대화방안은 이달말 서울에서 열리는 전세계 해외법인장회의에서 가닥이 잡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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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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