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원래 대기업ㆍ중간ㆍ뿌리산업까지 다 갖췄던 풀세트 산업구조였습니다. 그런데 일본이 금형·주물 등 뿌리산업을 중국으로 다 넘기면서 경제위기가 심화된 것입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송종호 중소기업청장은 든든한 뿌리산업을 갖춘 우리나라 산업 구조의 장점을 역설했다. 그는 “뿌리산업은 수입도 할 수 없습니다”라며 “뿌리산업이 건재한 우리나라 경제는 기본이 튼튼합니다. 그래서 위기에 강하고 대항력이 있습니다”라며 자신감 있는 표정을 지었다.
과연 대한민국의 뿌리산업이 땅속에 굳게 박힌 뿌리처럼 건재하고 튼튼할까. 금형ㆍ주조ㆍ용접 등 뿌리산업은 전형적인 3D업종으로 인식돼 대표적인 기피업종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젊은이들이 취업을 꺼려 실제 외국인과 40~50대 근로자들이 인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 국내 뿌리기업 대다수가 영세한 규모로 10인 미만 사업장이 70%가 넘는다. 그러다 보니 채산성도 낮고 임금 수준도 제조업 중 거의 꼴찌다. 실제 뿌리기업 근로자의 월급은 210만원 정도로 반도체 403만원, 자동차 348만원, 철강 324만에 비해 턱없이 낮은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산업재해율은 1%가 넘어 중소기업의 평균인 0.75%보다 높다.
이게 국내 뿌리산업의 엄연한 현실이다. 뿌리가 있긴 하지만 엄동설한에 뿌리를 다 내놓고 있어 언제 얼어 죽을지 모르는 형국이다. 튼튼한 뿌리를 만들기 위해 심사숙고해야 할 때다.
마침 정부는 이달 초 세계 6위 뿌리산업 강국 도약을 위해‘뿌리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공정 혁신, 근무환경 개선, 연구개발 지원 등을 통해 뿌리산업의 첨단화, 동반성장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
일단 환영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큰 기대를 않는 이유는 말로만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사실 뿌리산업 육성 계획은 지난해부터 여러번 나왔다. 이제는 구호가 아니라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원책과 실행이 있어야 한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국내 경제상황이 어려운 지금 뿌리산업을 제대로 육성하길 기대해본다. 그래야 ‘제2의 일본’이 아니냐는 소릴 피할 수 있다. /seny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