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는 올 상반기 1조8,891억원에 이르는 당기순이익을 올려 1위에 올랐다. '실적의 신한'이라는 명성을 보란 듯이 보여줬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신한지주를 보면서 뭔가 아쉽다고 말한다. 2%의 부족함을 느끼는 셈이다. 신한의 지금 과제는 바로 이를 보완할 방안을 찾는 일이다. 그래서 등장한 게 '따뜻한 금융'이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지난 1982년 신한은행이 출범할 때 '새롭게-알차게-따뜻하게'를 내세웠다. 빠른 성장은 했지만 따뜻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종합플랜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신한지주의 움직임은 우리 금융산업의 현 위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은행연합회가 발표한 지난해 국내 은행들의 사회공헌활동을 숫자로 나타낸 지표를 보면 참으로 화려하다. '사회공헌활동 금액 5,923억원, 서민금융대출 2조8,933억원, 자원봉사 28만9,711명'. 그런데도 국민들은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질적 성장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는 금융회사들의 경영방식에다 공익활동이 일회성ㆍ이벤트성으로 치우쳐 있는 탓이다. ◇'차가운 금융'에 따뜻한 감성이 필요하다=이명박 대통령이 올해 8ㆍ15 경축사에서 밝힌 화두는 공생발전. 지주회사들이 따뜻한 금융의 방안을 찾고 있었는데 묘하게 맞아떨어졌다. 금융회사들은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쏟아 부어 기초를 다졌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 저축은행 사태 등 일련의 사건에서 나타났듯 금융산업의 기초가 다시 무너졌고 '리빌딩 파이낸스(금융산업 재건)'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그중 하나의 줄기가 바로 '따뜻한 금융'이다. 당국도 같은 목소리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본지 8월22일자 1ㆍ5면 참조)에서 "우리 금융권에는 부족한 게 있다. 따뜻한 감성을 덧입혀야 한다"며 "돈 많은 사람들만을 위한 금융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조한 것이 바로 부(富)의 사회적 책임을 뜻하는'리셰스 오블리주(Richess Oblige)'다. 금융사도 일자리 창출, 나눔문화 확산 등을 통해 서민층을 돕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얘기다. ◇절대량은 늘었지만…색깔이 없다=은행 등이 펼친 사회공헌은 양적인 면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보였다. 사회공헌활동 금액은 5,923억원으로 2006년(3,514억원)에 비해 월등히 늘었다. 활동 분야도 다양해졌다. 지역사회ㆍ공익 분야(마이크로크레디트 포함)에 4,158억원을 지원하는가 하면 학술ㆍ교육 분야(1,190억원), 문화ㆍ예술ㆍ스포츠 분야(461억원), 글로벌 분야(80억원)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소외계층과 금융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휴면예금을 출연하고 미소금융사업지원 등에 2,439억원을 투자했다. 대출이 어려운 저신용자들을 위해 지난해에만 새희망홀씨대출, 신용회복기금 전환대출, 영세자영업자 특례보증 등 2조8,933억원을 지원했다. 경제규모를 감안하면 해외와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국민의 평가는 아직도 인색하다. KB나 신한금융 등이 지배구조를 놓고 후유증을 앓았고 론스타의 고배당 정책 등 '탐욕'의 모습으로 국민의 마음을 닫았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지나치게 이익을 중시하는 것도 한 요인이다. 임병철 신한FSB연구소 상무는 "프로페셔널 한 게 냉정하게 비칠 수도 있지만 금융업에도 따뜻함을 구사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며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좀 더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양은 늘었지만 각 금융회사에 맞는 고유한 색깔이 없다는 게 핵심 포인트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금융그룹에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많지만 상징적인 뭔가가 없다. 은행들도 과거 SK의 장학퀴즈처럼 색깔 있는 사회공헌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본지 7월28일 1ㆍ7면 참조)는 의견을 피력했다. ◇전문성 살리는 '선택과 집중' 전략 필요=클라우드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총재는 "사회공헌활동이 기업의 핵심 역량 및 비즈니스 모델과 긴밀하게 연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업과의 연계성이 큰 사회공헌활동을 전개하는 것이 기업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다는 얘기다. 비금융업계에서는 전문성을 살리는 사회공익활동이 많다. 호텔체인업체인 메리어트는 빈곤층에게 음식 및 쉼터를 제공한다. 글로벌 물류업체인 UPS는 전문성을 살려 '청소년 안전운전교육'에 많은 투자를 한다. 우선순위를 뽑아 집중하는 경우도 있다. 엑손모빌은 '이해관계자의 관심도'와 '사업에의 영향력'을 기준으로 해 우선순위를 정하고 있다. 과학ㆍ수학교육 분야가 가장 중요한 곳으로 선택된 뒤 이 분야에 대한 지원규모는 전체 사회공헌사업의 50%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미래에셋의 활동이 눈에 띈다. '금융교육'에 방점을 찍고 10년 넘게 펼치고 있는 장학사업은 금융권 최대 규모다. 현재까지 해외 교환장학생 1,967명, 국내 장학생 1,737명, 글로벌 투자전문가 장학생 105명 등에게 지원했다. 초ㆍ중ㆍ고교생 대상 해외연수 프로그램이나 '우리 아이 경제교실 스쿨투어', 가족과 함께하는 '우리 아이 경제교실'도 마련해 매년 수천명의 어린이와 가족에게 금융교육을 시키고 있다. 조태현 가촌경영연구소장은 "차별적이고 대표적인 프로그램 개발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면서 "핵심역량과 특성을 고려한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긴 시간 이어갈 때 시너지 효과도 키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래야 시대가 요구하는 국민에게 다가서는 '착한 금융기업'이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