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26일 "오는 30일부터 시행 예정이던 연금저축계좌 이동 간소화 방안을 다음달 중순께부터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시행 계획 및 방안은 금융권의 준비 상황을 재점검한 뒤 추후 확정할 예정이다.
금감원이 연금저축계좌 이동 간소화 방안을 연기한 것은 은행·보험사의 준비가 증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흡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은행과 보험사는 연금저축계좌 이동 간소화를 위한 전산 통합 및 직원 교육 등의 조치를 마무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금저축계좌는 지금도 바꿀 수 있지만 계좌가 있는 금융회사와 새로 계좌를 틀 회사를 모두 방문해야 한다. 그러나 간소화 방안이 시행되면 계좌를 옮길 금융회사에 방문해 이동신청서 등을 작성하기만 하면 된다. 절차가 한 가지 줄며 계좌 환승이 한결 쉬워지는 셈이다.
연기 소식에 증권업계는 당장 아쉬움을 나타냈다. 금융투자협회 연금지원실 관계자는 "증권사의 연금저축펀드가 은행·보험사에 비해 성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계좌 이동 절차가 간편해지면 타 금융권에서 많은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결국 1·4분기를 넘기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위원회와 금투협에 따르면 설정액 50억원 이상의 증권사 연금저축펀드 90개 상품 중 57개 상품이 연평균 3.5%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연평균 45% 이상의 수익률을 올린 상품도 있다. 반면 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은 대부분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다. 은행의 연금저축신탁 역시 큰 폭의 변동 없이 2~5% 정도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현재 보험사는 80조원, 은행은 13조원, 증권사는 7조원 규모의 연금저축계좌를 운용 중이다.
대형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100조원에 육박하는 연금저축시장에서 가장 뒤처져 있는 증권업계는 사활을 걸고 마케팅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남은 기간 더욱 완벽하게 준비해 적극적으로 고객을 유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