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부가 고유가로 벌어들인 오일머니중 최대 240억달러(약 22조2,000억원)를 이르면 내년 2월부터 해외 증시 투자에 돌릴 계획이다.
25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의 알렉세이 쿠드린 재무장관은 "석유세를 기반으로 조성된 안정화 기금을 비축(reserve) 기금과 차세대(future generation) 기금으로 나눠 운용하겠다"며 "차세대 기금으로 해외 증시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대신 비축 기금은 기존 안정화 기금과 같이 국채 등 안전자산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계획이다.
안정화 기금의 분리는 내년 2월께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며 차세대 기금은 240억달러, 비축 기금은 1,420억달러 규모가 될 예정이다. 쿠드린 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뿐만 아니라 러시아 의회도 지난 주 이 같은 방안을 담은 재정 개혁 방안을 승인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오일머니의 투자처를 해외 증시로 넓히는 것은 지난 2004년 만들어진 안정화 기금이 고유가로 올 들어 규모가 1,080억달러에 달하는데도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쿠드린 장관은 "차세대 기금으로 석유와 천연가스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해외 기업 주식을 사들일 것"이라며 "보다 나은 수익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주식뿐만 아니라 부동산 등의 자산에도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며 "효율적인 자산 운용을 위해 서구의 펀드 매니저 영입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안정화 기금이 분리되면서 유가 폭락에 대비한다는 기존 목적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지만 쿠드린 장관은 비축 기금으로 이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쿠드린 장관은 "비축 기금은 러시아 국내생산(GDP)의 10% 수준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유가가 지금보다 절반 수준인 배럴 당 30달러로 떨어져도 3년간 러시아 재정을 충당할 수 있는 규모"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