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국제핫머니 위력(세계금융불안)

◎「공룡자본」 머니게임에 약소국 ‘비명’/3∼4천억불규모 추산 갓 시장개방국 타깃 증시·외환시장 교란 막대한 수익 챙겨【뉴욕=김인영 특파원】 동남아시아 통화 위기의 장본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헤지펀드들은 지금 어디에서 머니게임을 벌이고 있을까. 29일자 월스트리트 저널지는 아시아에서 빠져나간 조지 소로스, 줄리안 로버트슨, 레온 쿠퍼맨등 미국의 헤지펀드 대부들이 러시아와 중남미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세계 증시가 동시폭락한 이번주초 러시아의 주가도 10% 이상 떨어졌고, 브라질의 보베스파지수는 30일 9.8% 하락하는등 지난 1주일동안 35.6%나 폭락했다.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러시아와 중남미에서 큰 손해를 보았다고 주장하지만, 소로스의 경우 지난 1년간 42%, 쿠퍼맨은 23%, 로버트슨은 45%의 엄청난 수익율을 냈다. 동남아 금융위기의 원인이자, 이를 전세계에 전염시키고 있는 매개체로 국제 유동성자금(핫머니)가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에는 가입자가 고정돼있는 헤지펀드를 비롯, 일반 투자자도 가입할수 있는 뮤츄얼펀드(투자신탁)가 포함된다. 국제 핫머니는 개방의 문이 비교적 닫혀있는 한국에서도 썰물처럼 빠져나가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을 교란하고 있다. 국제 핫머니는 주식은 물론 외환, 선물거래, 채권, 단기금리, 파생금융상품 등 국제적으로 돈이 거래되는 시장이면 어디나 달려가 높은 위험성을 안고 머니게임을 벌인다. 때문에 하루에 수억달러를 날리기도 하지만 때로는 엄청난 이익을 얻기도 한다. 타이거 펀드의 로버트슨은 지난 여름 태국 바트화 평가절하 과정에서 치고빠지는 수법으로 10억달러를 벌었다고 한다. 따라서 핫머니는 속성상 특정국가의 외환 수급을 교란하고 국제금융시장의 안정을 해칠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으며, 최근에 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국제시장을 이동하는 뮤추얼펀드의 규모는 7년전 1백억 달러를 갓넘으나, 지난 3월말 현재 1천4백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헤지펀드는 94년 미하원청문회에 보고될때만해도 1천억달러였으나, 비즈니스위크지는 지난 7월말 현재 2천2백억 달러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간단한 산술로도 3천억∼4천억달러의 유동성 자금이 세계 금융시장을 돌아다니며 투기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핫머니는 워낙 덩치가 커서 조금만 움직여도 자금시장이 취약한 저개발국은 휘청거릴수밖에 없다. 바트화 폭락이 있기전에 태국시장을 빠져나간 헤지펀드는 수십억 달러에 불과했다. 지난 여름 동남아 국가에서 빠져나간 미국의 뮤츄얼펀드는 투자자금의 10∼20%에 불과했지만, 지역 국가들이 연쇄적으로 금융공황에 빠졌다. 핫머니는 이중적 성격을 갖고 있다. 고도 성장을 하는 국가에는 핫머니가 밀물처럼 밀려들어 개발자금으로 활용되지만, 경제가 불안해지면 썰물처럼 빠져나가 그 나라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는다. 아시아의 호랑이라고 칭찬받던 국가들은 고속도로와 고층빌딩을 지을때는 외국 돈이 고마웠지만, 그들이 빠져나간후 공사를 중단하는 비극을 맛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장기호황은 달러의 위력를 강하게 만들었고, 여기서 방대한 규모의 핫머니가 양산됐다. 일부 저개발국들은 경제개발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스스로 시장의 문을 열었지만, 국제 유동성 자금은 미행정부를 앞세워 저개발국의 자본시장을 개방시켰다. 그러나 최근 동남아 위기에 이어 중남미, 동유럽의 금융 불안에서 볼때 전세계 이머징 마켓은 점차 미국 금융 자본의 지배 아래 종속되어 가고 있음이 입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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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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