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슈 인사이드] "교권 붕괴" 보수단체 반발 속 시의회 통과 가능성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상정 어떻게 되나<br>교총 등 제정반대 입장 표명 시교육청 추진일정 스톱 불구<br>'주민발의안' 내년3월 시행 유력 경기도 이어 他시·도 확산 조짐

서울학생인권조례를 놓고 보수·진보 단체간에 찬반 양론이 뜨겁다.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서울본부는 지난해 7월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발족식 및 토론회(왼쪽)를 시작으로 조례제정을 추진했으며 인권조례에 반대하는 교총은 소속 교사들이 지난 9월 인권조례 공청회에서 반대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할 정도(오른쪽)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서울경제DB


지난달 31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측근으로 꼽히는 이대영 전 교과부 대변인이 서울시 부교육감으로 취임했다. 이에 따라 곽노현 교육감이 구속 기소 전까지 진행해 오던 교육 정책이 상당한 마찰음을 내며 곳곳에서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학생인권조례 상정이다. 학생인권조례는 두발 자유화, 교내 집회 허용, 성적 소수자나 임신·출산을 한 학생에 대한 차별 금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진보 성향의 단체들은 이 조례가 학생의 자유로운 교내 활동과 인권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보수 단체들은 체벌 금지 시행 이후 이미 무너져 내린 교권이 더 이상 실추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조례 상정은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진보 성향의 교육·시민단체로 구성된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서울본부가 제출한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안은 지난달 30일 시의회로 일찌감치 이송됐다. 교육청은 내부·관련기관 의견 수렴, 법률 검토 등을 거쳐 학생인권조례 시교육청안을 최종 확정해 시의회에 넘길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행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시의회는 이송돼 온 안을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쯤 상정해 심의·의결 과정을 거친 후 조례를 통과시킬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학생인권조례는 내년 3월부터 서울지역 초·중·고교에서 적용된다.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보수와 진보의 갈등의 골은 이 부교육감 취임에 이어 지난달 31일 서울시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으로 당선된 이준순 수도여고 교장이 "학생인권조례 제정 반대"를 공식 선언하면서 더욱 깊어졌다. 학생인권에 대해서는 조례의 형태가 아닌 '헌장'이나 '선언문'으로 규정할 것을 주장하는 서울교총은 학생인권조례 철회를 요구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이미 시교육청에 전달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서울교총과 비슷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은 "동성애 허용, 복장 자율화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조례가 시행되면 청소년을 위한 배움터인 학교의 타락을 막을 방법이 없을 것"이라며 "서울교총과 함께 조례 제정을 막기 위한 집회나 기자회견을 반복해서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심지어 한국장로총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성적 정체성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사실상 동성애를 용인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조례 제정이 강행되면 헌법소송이나 조례무효확인소송 등의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진보 성향의 단체들은 다소 느긋한 상황이다. 이미 주민발의안이 시의회로 이송된 상태에서 시의회 역시 일부 내용이 수정될 가능성은 있지만 통과 자체를 막을 생각은 없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곽 교육감과 함께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목표로 일해 오다가 갑자기 다른 성향의 수장을 맞은 시교육청은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시교육청은 당초 지난 9월 산하 학생생활지도정책자문위원회에서 만든 초안을 발표한 상태로 곽교육감이 구속 수감된 이후 "내부 의견 수렴중"이라며 시의회에 이를 제출하는 등의 작업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 김형태 시의회 교육의원은 "시교육청이 조례 상정에 대한 반대의 뜻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교육청안을 시의회에 보내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교육청안의 이송 여부와 무관하게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쳐 올해 안에 조례를 통과시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례 제정을 반대하는 측의 목소리를 참고는 하겠지만 그들의 저지 노력이 실현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처럼 조례 제정에는 별 무리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각에서는 교실 붕괴 우려를 강력하게 제기하고 있다. 학생의 인권보호에만 치중하다 보면 교사의 권위 실추를 막기 힘들고 이는 교내 질서의 파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김동석 대변인은 "학생들은 조례 제정을 학칙을 어기고 마음대로 권리 행사를 할 수 있다는 뜻으로 착각할 것"이라며 "학생은 과도한 해방감을 맛보고 교사들은 교권 침해로 인한 무력감을 느끼는 상태에서 어찌 교실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김남형 서울교총 대변인도 "체벌 금지 이후 전국 16개 시도의 학교 실태 조사를 해본 결과, 82%의 교사가 학생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고백했다"며 "학생인권조례까지 시행되면 교실 붕괴는 명약관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임정훈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학생인권 때문에 교권이 떨어진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임 대변인은 "학생과 교사를 대립관계로 보는 시각 자체가 문제"라며 "교권 보호를 위해 학생인권 향상을 막아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장은숙 참교육학부모회 회장도 "교권추락 우려는 조례 제정을 반대하는 측의 핑계에 불과하다"는 입장을보였다. 장 회장은 "원래 학생들이 대드는 교사의 유형은 힘센 남자 교사가 아닌 약자인 여교사나 기간제 교사"라며 "조례 시행으로 학생들이 인권의 가치를 체득하게 되면 오히려 그런은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학생인권조례는 다른 지역에서도 폭넓게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지난 3월부터 이미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고 있다. 그 외에 광주·전북·전남·경남·충북 등의 지역에서 서명운동 또는 시의회 의결 절차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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