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서민 자생력 확보 초점… '전봇대론'서 '손수레론'으로 진화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2일 미소금융 현장방문에 앞서 참모들의 보고를 받으며 MB식 ‘친서민정책’에 대해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 전한 이 대통령 발언의 요지는 대략 이렇다. “대기업이 미소금융을 통해 손수레상인에게 돈을 빌려줬다고 치자. 그 대기업은 비즈니스에 노하우가 많으니까, 이 손수레상인이 장사하는 현장을 보고 장사하는 위치가 좋은지 언제 장사를 잘 되는지 등의 컨설팅(조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손수레상인은 이자를 잘 내고 돈도 잘 갚을 수 있지 않겠나.” 이를 두고 이 대통령의 친서민 중도실용 정책이 집권 전반기의 ‘전봇대론’에서 집권 후반기의‘손수레론’으로 진화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이 집권 전반기에 국가권력의 규제로부터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점에 주로 관심을 두었다면, 집권 후반기엔 시장의 권력으로부터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쪽에 초점을 옮겨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서민 자생력 확보에 초점= 이 대통령의 ‘손수레론’은 서민들의 자생력이 요체이다. 이에 대해 김희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친서민정책은 경제생태계에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에서 나온 것”이라며 “중소기업이나 약자도 자생할 수 있는 독자적인 생존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런 차원에서 중소상인들의 대출을 담당하는 미소금융을 ‘고기잡는 그물’로 이해하고 있다. 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미소금융의 장소를 서민 가까이 재래시장 내로 들어오라고 한 것은 돈을 빌리는 사람 뿐만 아니라 돈을 빌려준 다음에도 철저히 애프터서비스(AS)까지 잘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미소금융 담당자들이 그 지역을 잘 아는 사람들로 배치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특히 수도권 사람이 전혀 사정을 알지 못하는 지방에 배치되면 컨설팅을 해주는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세세히 지적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대기업이 현금 보유량이 많다. 투자를 안 하니 서민이 더 힘들다. 대기업의 투자 환경도 점검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말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들이 서민의 입장을 생각해서 보다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주기를 요구한 것이다. 다만 이 대통령은 경제계 일각에서 대기업만 압박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데 대해 “대기업을 쥐어짜는 게 아니라 공정하게 하라는 얘기”라고 강조했다고 김 대변인은 설명했다. 청와대 핵심참모는 “(대통령의 뜻은) 다 같이 잘 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자는 것이지 대기업을 쥐어박아서 뭘 하자는 뜻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2008년 1월 18일 전남 영암군 삼호읍 대불국가산업단지에 박힌 전봇대가 대형 트럭의 통행을 가로막아 단지내 힘 없는 기업들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는 것을 지적한 ‘전봇대 발언’을 했었다. ◇사정기관 점검지시도 ‘친서민’= 이 대통령은 아울러 25일 친서민 중도실용정책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사정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 및 개선안 마련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최근 문제가 돼 국민들로부터 분노를 사고 있는 총리실 윤리지원관실은 물론 검찰, 경찰, 감사원 등 모든 사정 기관들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지시는 최근 잇따른 사찰 의혹 제기로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정치권도 논란에 휩싸이면서 정국 전반이 불안해지는 상황을 조기에 차단함과 동시에 친서민 중도실용의 기틀을 확고히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렇게 함으로써 이른바 친서민 중도실용 정책을 더욱 강화하고 사회통합과 소통강화라는 큰 틀의 국정 기조에 부합하는 그런 사정기관의 운영 방안도 연구 검토할 시점이 됐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