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석유제품 수출액은 사상 최대였던 2011년보다 8.9% 증가한 562억 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10.3%에 달하는 수치다.
이로써 석유제품은 전통적인 수출 효자품목인 반도체(504억 달러)를 제치고 우리나라 수출 1위 품목에 올랐다. 일반기계(480억 달러), 자동차(472억 달러) 등도 3~4위로 밀려났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이탈리아를 제치고 '세계 무역 8강' 도약과 '2년 연속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하는데 석유제품이 가장 큰 공을 세운 셈이다.
정유산업은 그동안 내수산업이라는 오해를 받아왔지만 사실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은 수년 전부터 수출 효자품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석유는 지난 2004년 처음으로 100억 달러 수출을 달성한 이래 2006년 204억 달러, 2008년 376억 달러, 2011년 517억 달러 등으로 꾸준히 실적이 늘며 매년 국가 10대 수출품목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지난해 12월 무역의 날에는 GS칼텍스가 최고 수출상인 250억불탑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SK에너지ㆍS-OIL(200억불탑), 현대오일뱅크(80억불탑) 등 정유 4개사가 상위권을 모두 휩쓸며 정유산업의 위상을 과시했다.
이처럼 기름 한 방울 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석유제품이 수출 효자품목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수출 극대화를 위한 정유업계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정유사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천문학적인 자금을 들여 고도화설비에 투자하며 내수 중심에서 수출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해왔다. 지난 5년간 국내 정유사들의 설비투자액만 무려 11조원을 넘는다. 또 이러한 선제적 투자와 더불어 수출주력화 전략에 나선 것도 석유 수출강국으로 올라서는 원동력이 됐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비산유국인 우리나라에서 석유제품이 수출 1위 품목에 오른 것은 역사적인 사건"이라며 "올해도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예상되지만 수출 다각화를 통해 좋은 실적을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