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긴급출동 SOS 24’(화요일 오후 11시)가 지난 5월 방영한 ‘현대판 노예 할아버지’편. 50년 넘게 돈 한푼 받지 못하고 삭아버린 팬티를 걸치고 있는 노예 할아버지의 모습은 충격을 던졌다. 뒤이어 방영한 노예 청년, 노예 며느리 편 역시 시청자들의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프로그램을 지휘하는 허윤무(사진) PD의 속내는 그리 편치만은 않은 듯했다. 허 PD는 “이런 일들이 사라져 프로그램이 고발할 게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98년 ‘추적, 사건과 사람들’ PD 시절 아동학대 문제를 다루며 사회의 폭력에 관심을 가져온 허 PD. 10년 가까이 지켜본 문제지만 작년 11월 남편 폭력을 주제로 프로그램을 시작한 뒤 제보를 받고 출동한 현장마다 참담함을 느껴야 됐다고 했다. “복지 사각지대가 너무 많다”는 허 PD는 “감독기관이나 이웃이 조금만 신경을 쓰면 절반 이상이 쉽게 해결될 문제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자극적이고 극단적 소재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학대에 시달리는 그들을 방임하는 건 언론으로서 무책임한 행위”라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 처한 이들을 보고도 ‘그럴 수도 있지’라고 방기하는 이웃들에게 그는 분노했다. 프로그램이 나간 뒤 사회인식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하루 400여건의 제보가 접수될 정도로 사회 곳곳에 학대당하고 폭력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다는게 그의 진단. 허 PD는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때까지 고발을 놓고 싶지 않다”며 “방소을 보고 분노만 하지 말고 주위의 이웃에 한번 더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