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카이스트 교수협의 之자 행보

"지금 카이스트에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때입니다. 새로운 리더십이란 지도자의 정신·역량·경륜을 포함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경종민 카이스트 교수협의회 회장은 지난 11일 비상총회를 마치고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학생 4명과 교수가 잇따라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개교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는 서남표 총장의 사퇴여부에 대한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그 중심에 교수협의회가 있다. 교수협의회는 그러나 혼란만을 더욱 부추키고 있다. 교수협의회는 지난 11일 오후 비상총회를 열고 총장 퇴진을 전제한 상태에서 표현수위를 놓고 실시한 투표에서 106명은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완곡한 표현으로 서 총장에게 뜻을 전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64명의 교수는 용퇴해야 한다는 직접적인 표현에 표를 던졌으며 19명은 기권했다. 이는 대다수의 교수들이 서 총장의 퇴진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경 회장은 투표 전후 과정을 모두 생략하고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라는 모호만 어투의 성명을 발표해 국민들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를 보도한 일부 언론은 오보를 내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어제 비상총회 투표 결과는 서 총장의 용퇴를 전제하고 실시한 것"이라며 "대다수의 교수들이 서 총장에게 새로운 리더십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더욱이 12일 교수협의회는 '새로운 리더십의 필요성'을 충족하기 위한 방안으로 카이스트 혁신비상위원회 구성을 위한 온라인 투표를 실시했다. 교협은 서 총장에게 혁신비상위원회 구성에 대한 가부를 요구해 만약 거부할 경우 총장의 용퇴를 촉구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이해할 수 없는 교수협의회의 갈지(之)자 행보는 카이스트 내부 구성원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교수협의회는 어떤 눈치도 보지 말고 일관적이고 보다 명확한 대안을 제시해 하루빨리 카이스트를 정상화를 시키는 데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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