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새벽 서울 강남구의 B나이트클럽 앞. 영업시간이 끝나자 술에 잔뜩 취한 채 서로 부둥켜안은 20대 남녀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일부는 고급 외제차에 몸을 싣고 어디론가 떠나기도 했지만 대부분 짝을 이뤄 인근 호텔과 모텔로 들어갔다.대기업체 사원 L(29)씨는 “이런 곳에서는 처음 만난 여자와 함께 잔 뒤 연락처도 주고받지 않은 채 헤어지는 게 매너”라며 “하룻밤 사랑과, 연애 결혼은 별개”라고 말했다.
서울 S경찰서의 한 경찰관은 자신이 수사했던 10대 청소년 포주 사건만 생각하면 지금도 황당하다. 17세 남학생 2명이 인터넷 채팅 등을 통해 사귄 여중생 2명을 고용해 원조교제를 시키고 화대를 빼앗다 붙잡힌 것. 사건 자체도 충격적이었지만 이들의 성의식은 그를 더욱 놀라게 했다.
그는 “붙잡힌 남학생이 `우리가 도와줘서 번 돈 아니냐`고 하자 여학생들은 `소개비를 너무 많이 떼갔다`는 식으로 싸우더라”며 “성을 사고 파는 행위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는 인식하지도 못하는 것 같았다”고 씁쓸해 했다.
바람난 한국 사회의 성(性) 풍속도는 이제 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10대와 20대 역시 기성세대를 뺨칠 정도로 사회의 개방된 성문화에 흠뻑 젖어 들었다. 이들은 오히려 “기성세대의 음탕한 성문화보다는 우리가 순수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성매매에 대도한 죄의식 조차 없는 일부 청소년과 책임감 없는 성적 일탈에 빠져든 젊은이들을 용인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가에서 동거는 더 이상 새로운 유행어가 아니다. 굳이 숨기지도 않는 분위기다. 6년째 지방 A대 앞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P(31ㆍ여)씨는 “대학생 커플이 찾아와 콘돔을 박스째 구입하고 응급 피임약을 요구하는 여학생들도 꽤 된다”고 말했다. B대 2학년 K(21)씨는 “동거 끝에 낙태를 하거나 커플이 깨지면서 미혼모가 되는 친구도 많다”고 전했다.
홍익대나 이태원 등지의 클럽에서는 보수적인 장년층에게는 충격적인 일들이 일어나곤 한다. 이태원의 한 유흥업소 주인은 “`흑인 관리`에 실패하면 장사가 안 된다”며 “특히 미국문화에 익숙한 20대 교포나 유학생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귀띔했다.
문란한 성 풍속도는 10대라고 해서 비켜가지 않는다. 이미 일반화한 `원조교제`를 비롯해 10대의 책임 없는 성의식, 어린 미혼모 급증 등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은 10대들의 성문화 타락에 일조하고 있다.
회사원 H(21ㆍ여)씨는 “호기심에 들어간 10대들의 대화방에서 교복차림의 남학생이 자신의 속옷을 벗은 채 `영계랑 데이트나 한 번 하자`고 말을 걸어와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C고 2학년 C(17)군은 “또래 여고생들의 스트립쇼나 자위행위 장면은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다”며 “이제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경험을 해야 친구 사이에서 어른 대접을 받는다”고 말했다.
<정상원기자, 전성철기자 ornot@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