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독일로의 초대 Ⅱ-김현숙 새누리당 의원


독일의 합계출산율은 약 1.36으로 유럽연합(EU)국가 중 최저 수준이다. 이런 독일의 일·가정 양립과 관련해 가장 부족한 것은 보육시설이다. 가사와 육아를 담당하는 주체가 여성이라는 전통적 인식으로 보육시설이 부족했던 통일독일에서 일·가정 양립의 당면과제는 어떻게 많은 보육시설을 구축하고 우리나라에 비해 정규수업시간이 짧은 독일학교의 방과 후 서비스를 확보하느냐에 집중돼 있었다.

반면 2013년 여성의 취업률은 72.3%로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하면 중간 정도의 수준이다. 그중 46.1%는 주당 18∼19시간 정도 일하는 파트타임으로 정규직 파트타임과 일명 미니잡으로 불리는 월급여 450유로 이하의 질 낮은 파트타임으로 구성돼 있다. 독일은 부모 모두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부모가 번갈아 육아휴직을 할 경우 14개월까지 임금의 일부를 보전(최대소득의 67%까지 보전)하는 부모지원금제도(Elterngeld)를 여성이 지속적으로 일하는 강력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육아만이 아니라 부모의 간병을 위해 2년간 파트타임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해주며 그동안 대출을 통해 임금을 보전하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독일과는 사뭇 다르다. 합계출산율은 2013년 1.19로 독일보다 더 낮은 수준이고 보육시설은 무상보육으로 급격히 증가해 양적으로는 풍족한 편이다. 그러나 여성에게 제공할 좋은 일자리가 없다. 공공 부문에서 약 400여개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마련했지만 정규직 파트타임은 민간에 아직 생소한 개념이다. 대학을 졸업한 여성들은 청년실업을 뚫고 어렵사리 들어간 직장에서 결혼과 육아로 일자리를 잃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결혼도 늦어지고 아이도 하나를 낳거나 아예 출산을 포기한다. 둘 이상의 아이를 낳는 것은 공무원이나 교사와 같은 육아휴직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직종이 아닌 한 사실 쉽지 않다.

관련기사



나는 독일의 사례에서 나름의 힌트를 얻었다. 저출산을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 첫 단추는 결국 여성에게 제공되는 일자리라는 것을. 만약 직장에 취업하고 난 후 아이를 낳는 기간에 파트타임으로 몇 년간 일할 수 있고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란 후 직장으로 돌아올 권리를 보장한다면 임금을 조정하더라도 여성들은 출산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것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그와 같은 관행을 받아들이고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감수할 각오를 할 수 있느냐이다.

동시에 무상보육은 일하는 부모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조정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아이를 직접 돌보는 부모에게 양육수당과 보육시설 시간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확대하고 장시간 보육 서비스는 일하는 부모에게 제공하는 형태로 전환하는 것을 고민해볼 시점이다. 야당의 어느 의원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내놓은 도심 외곽에 신혼부부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는 절대 풀 수 없는 것이 저출산 문제이다. 오히려 출산과 육아 과정에서 여성의 경력단절을 방지해주는 것이 저출산 문제를 푸는 시작이 될 수 있다.

다소 춥고 어두웠던 11월의 베를린 거리는 외견상으로는 아름답지 않았지만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일·가정 양립을 구축하려는 치열한 고민과 근면함 때문에 베를린은 아름다운 도시로 내게 기억되고 있다. 통일독일은 베를린에 새로운 건물을 짓는 것 외에 여성들을 꼭 필요한 인력으로 보고 그들이 아이를 기르고 일도 할 수 있는 새 시스템을 짓고 있었다. 독일도 아직 성공하지 못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우리랑 똑같이 고민하면서….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