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금융지주사 한곳도 없어 '흥행몰이 낙제점'

■ 우리금융 매각 입찰에 사모펀드 3곳 참여<br>유효경쟁 조건 채웠지만 해외자본들도 입질 전무<br>사모펀드 매입 성공여부 자금조달 능력에 달려


소문난 잔치는 결국 먹을 것이 없었다. 우리금융지주 매각 입찰에 KBㆍ신한ㆍ하나 등 대형 금융지주회사들이 결국 모두 불참했다. 사모펀드 3곳이 입찰에 참여해 일단 '유효경쟁' 조건은 만족시켰으나 이마저 예상보다 적었다. 눈치 빠른 해외자본은 단 한 곳도 입질을 하지 않았다. 우리금융 매각은 적어도 흥행 측면에서는 낙제점을 면치 못하게 됐다. 매각 작업을 주관하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막판까지 흥행 성공을 위해 절치부심했다. 금융지주회사가 다른 금융지주회사를 인수할 때 지분을 95%까지 인수하도록 한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이 무산돼 '인수 방식'을 통한 지주사들의 입찰은 불가능하게 됐지만 합병 방식으로 입찰에 들어오도록 막판까지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금융지주사들도 "관심 없다"는 공식 입장과 달리 내부적으로는 합병 방안을 검토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반대주주의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규모를 감당할 수 없어 불참 쪽으로 결론 내렸다. 공자위는 일단 매각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공자위 관계자는 "유효경쟁이 성립하고 입찰자들이 매각 공고문에 부합하는 입찰 조건을 제시하는 한 함부로 중단할 수 없다.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며 강행 의지를 밝혔다. 입찰에 참여한 '보고펀드'는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박병무 전 하나로텔레콤 대표 등이 이끌고 있다. 동양생명과 BC카드 등의 국내 금융회사들에 대한 지분 투자 경험을 갖춘 대표적인 토종 펀드다. 지난해 12월 1차 우리금융 매각 입찰에서도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바 있다. 김병주 회장이 이끄는 'MBK'도 지난해 우리금융 입찰에 참여했었다. 옛 한미은행을 인수했다 씨티그룹에 매각한 성공경험이 있고 외환은행 인수에도 깊은 관심을 보여왔다. '티스톤'은 민유성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 주도로 인수 준비를 해왔다. 매각 성공 여부는 자금조달 능력에 달려 있다. LOI 단계에서는 지분인수 규모와 입찰 가격은 제시하지 않는다. 예비입찰 단계에서 인수규모와 가격, 자금조달 방안을 제출해야 하는데 얼마나 많은 금융회사들이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할지가 관건이다. 일반 기업들의 투자는 제한된다. 산업자본은 금융지주회사를 소유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이다. 사모펀드는 비금융사 투자 비율이 18%이상이면 산업자본으로 판명된다. 세 곳 가운데 일부가 예비 입찰에 불참하면서 유효경쟁이 불성립돼 매각이 중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대 여론도 넘어야 할 산이다. 사모펀드는 일정 기간 인수 회사의 가치를 극대화한 후 시장에 매각해 차익을 남겨야 한다. 우리금융 매각시 '국내 금융산업의 발전'을 고려해야 한다는 금융지주회사법 규정과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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