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의 합병을 위해 우선 LCD사업부를 독립법인으로 분사한다. 이후 신설 법인이 이사회를 열어 SMD와의 합병을 결의하고 연 매출 30조원 규모의 디스플레이 회사 설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0일 이사회를 열고 LCD사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LCD사업부를 분할하는 안건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신생 회사의 명칭은 삼성디스플레이 주식회사(가칭)이며 자본금은 7,500억원, 분할 시기는 오는 4월1일이다. 3월 말 주총을 거쳐 분할 승인이 이뤄질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급변하는 디스플레이 시장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치열한 업체 간 경쟁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특히 신속한 의사 결정과 경영자원의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한 경영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자업계는 삼성전자의 이날 결정이 LCD사업부를 살리면서도 차세대 유망 사업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대해 공격적으로 투자하기 위해 나온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LCD사업은 삼성전자가 지난 1991년 당시 삼성전관으로부터 이관 받아 1995년 첫 상업생산을 시작했고 7년 만인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세계 1위 점유율을 유지했다. 그러나 중국 업체의 공격적인 설비 증설로 세계적인 공급과잉이 발생해 현재는 '만들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다. 시장 점유율 1위의 의미는 퇴색한 지 오래다.
더구나 LCD 가격 폭락에 따라 일본과 대만 업계가 합병과 라인 전환 등을 통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삼성전자 역시 LCD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 차원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의 소니와 도시바ㆍ히타치 등은 중소형 LCD패널을 통합해 '재팬 디스플레이'를 설립하고 신규 통합 회사가 파나소닉의 대형 LCD패널 공장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샤프는 대형 LCD 패널 라인을 스마트폰과 패드용 패널 라인으로 전환하는 등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있다. LCD업계의 구조조정은 소니가 삼성과의 합작사인 SLCD에서 발을 빼는 데까지 이어진 상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 출범은 11세대 LCD 투자 시기를 늦추면서 시장을 저가제품용과 3D등 프리미엄용으로 나눠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라며 "아울러 삼성은 최근 전세계 최초로 46인치 투명 LCD를 본격 양산하는 등 LCD 산업 퇴조에 대비해 고부가 제품에 보다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반면 SMD 부문에 대해서는 공격적인 투자가 예상된다. SMD는 지난해 6월 5.5세대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공장 설립을 위해 2조5,000억원을 투자하고 7월부터 매월 모바일용 패널(3인치 기준) 3,000만장을 쏟아낼 계획이다. 또 올해 말까지 8세대 OLED 투자도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김병기 키움닷컴증권 연구원은 "LCD 사업부의 연간 감가상각 금액은 3조원을 웃돌지만 이를 제외하면 영업을 통한 현금 창출이 가능하다"며 "결국 LCD에서 창출된 현금을 AMOLED에 투자하기 위한 전략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기존 LCD라인을 AMOLED 라인으로 전환하는 것도 가능한 만큼 LCD사업부의 분사와 SMD와의 효과는 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한편 삼성전자 이사회는 이날 고문으로 자리를 옮긴 이윤우 전 부회장 대신 권오현 DS총괄 부회장을 사내 이사로 선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