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뿌리깊은 증권시장 되려면

최근 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한편에서는 상당수 개인투자자들이 증권시장을 떠나고 있다. 아마도 투자손실 때문이겠지만 증권시장에 대한 신뢰상실이나 잘못된 인식도 그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불투명한 기업경영과 불공정거래 빈발, 개인투자자와 별반 다를 게 없는 기관투자가 등이 증권시장에 대한 불신을 키운다. 또 외국인의 시장지배가 가속화되고 있고 주가상승 속에서도 개인투자자의 시장이탈이 계속되는 등 불균형 상태가 심화되고 있어 우리 시장이 균형을 찾아가기 위해 증권시장의 저변 확대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증권투자 인구를 늘리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증권시장의 질도 함께 높이는 것을 말한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투자의 비중은 43%를 넘어 겉으로는 국제화된 시장이 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의 제도와 관행, 투자자의 의식은 아직도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투자자의 증가는 경영투명성 제고와 선진 투자기법의 확산, 한국경제의 홍보효과 등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반면 주가형성의 주도권 상실과 금융주권의 약화, 기업경영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야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증권시장의 안전판 구실을 수행해야 할 기관투자가가 단기매매에 치중하고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권리행사에 소극적으로 대응함에 따라 증권시장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이 지체되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기관투자가의 주식투자 비중을 늘리는 `거래의 기관화`보다는 실질적인 `역할의 기관화`가 필요하다. 또 수익과 위험을 균형 있게 고려해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 “공짜 식사는 없다”는 말처럼 투자수익은 언제나 투자위험을 전제로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투자자들이 증권시장을 들고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신뢰를 잃고 시장을 떠나거나 증권투자를 복권과 동일시하게 되면 한국 증권시장은 가벼운 바람에도 뿌리째 흔들리는 허약한 시장이 되고 말 것이다. 신뢰가 있는 곳에 돈이 모이듯 신뢰받는 증권시장은 전세계 투자가부터 선택받아 그 뿌리가 더욱 깊고 튼튼해질 것이다. <김유경 증권거래소 조사국제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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