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증시 급락… 싼 가격에 알짜주 잡을 호기 <br>■ 위기를 사라… 침체장 투자전략
주식투자로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된 워런 버핏은 쌀 때 좋은 주식을 사서 제가치를 인정받을 때까지 보유했다가 파는 전략을 구사한다. 최근 전 세계적인 폭락장에서 버핏이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은 그의 평소 투자소신(버핏톨로지ㆍBuffettology)에 비춰봤을 때 당연한 것이다. ‘위기’ 속에 숨어있는 ‘기회’를 잡기 위해 나선 것이다.
공포로 휩싸인 시장에서 방향을 잃은 투자자라면 ‘버핏 따라하기’에 나서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시장을 난타하면서 우리 증시는 미국 증시와 궤를 같이해 왔다. 태평양을 건너 끊임없이 다가오는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투자자들을 울리고 있다. 여기에다 ‘기대보다 더 큰 우려’와 함께 3ㆍ4분기 실적 시즌이 시작되면서 ‘내우’까지 겹쳐 있다.
증권가에서는 우리 증시는 기본적으로 글로벌 변동성에 큰 영향을 받으면서 이번 어닝 시즌을 기점으로 장밋빛 실적 전망이 상당히 하향 조정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정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국내 기업들의 실적은 지난 2ㆍ4분기 실적 시즌을 거치면서 가파르게 하향 조정되고 있다”며 “글로벌 경기 둔화와 자금 경색에 따른 부정적 영향 등으로 인해 기업 이익 하향 조정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현승 한화증권 연구원은 “이번에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대하기 보다는 어닝 쇼크에 대비하는 것이 합리적 전략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 기업은 존재한다. 탄탄한 실적과 안정적인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라면 싼 가격에 좋은 주식을 잘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경기순환 민감업종 피하고 경기 방어 업종에 관심 가져야= 최근 금융 위기 공포가 극대화하면서 국내외를 막론하고 급락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투자자들의 비명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중이다. 국경을 넘어선 공동 대응 움직임에 금융 위기에 대한 우려감이 다소 진정되는 듯 했지만 불안감은 실물위기로 전이되며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각 업종, 기업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불안감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위기 속에서도 눈을 크게 뜨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우선 특히 좋지 않은 점수를 받고 있는 조선, 철강, IT 업종은 피하는 것이 좋다.
김한솔 삼성증권 연구원은 “조선, 철강, 기계 업종 등의 경우 당장의 실적은 양호하더라도 경기 순환에 민감한 업종의 특성상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통신, 음식료, 제약 등 내수주는 상대적으로 후한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통신 업종의 경우 SK텔레콤, LG텔레콤, KTF 등 이동통신 3사의 영업이익이 올해를 저점으로 2010년까지 확장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정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어닝시즌은 실망스러운 수준이 되겠지만 향후 실적 개선 업종에 대한 차별적 매수 전략은 유효해 보인다”며 “통신서비스, 음식료 등 경기 방어주 비중을 늘려볼 만 하다”고 말했다.
이도한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이익 성장률 확대 측면에서는 헬스케어와 통신 섹터, 이익의 꾸준한 증가 측면에서는 경기소비재, 산업재 섹터가 매력적”이라고 꼽았다.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종목 찾아야 = 개별 기업 역시 이번 어닝 시즌만 놓고 평가를 내릴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14일 실적 발표를 했던 포스코의 경우 사상 최고 수준의 분기 실적을 내놓았지만 다음 날 주가가 폭락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철강 가격 하락으로 향후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같은 날 실적을 발표했던 금호석유 역시 향후 전망이 엇갈리면서 다음 날 주가가 코스피지수보다 더 떨어졌다.
최소한 3ㆍ4분기를 넘어 4ㆍ4분기까지는 이익 안정성이 어느 정도 보장되어야 실적 발표에 따른 주가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나대투증권은 최근 증시 하락으로 낙폭이 컸던 종목 중에서도 4ㆍ4분기까지 이익 안정세가 이어지는 종목으로 한솔LCD, 엔케이, 삼부토건, 웅진씽크빅, KCC 등을 꼽았다.
한화증권도 하락장에서 낙폭이 컸던 종목 중 실적이 호전될 가능성이 큰 종목에 대한 관심을 권했다. 대한전선, 두산, 동양제철화학, 대우증권, 삼성엔지니어링, 제일모직, 신세계, 웅진코웨이, LG생활건강, 에스원 등이 대표적이다.
대신증권은 향후 실적 하향세를 염두에 두고 역실적장세를 대비할 수 있는 종목군을 제시하기도 했다. 현대차, LG전자, 코리안리, GⅡR, 현대상선, 삼성화재, 아모레퍼시픽, 삼성전기, LG생활건강 등이 이에 해당한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앞으로 기업 실적이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지난 상반기 이익을 고려치 않고 향후 1년의 이익만을 고려해 저PER주를 골랐다”며 “이들은 경기 둔화시 이익 급감 가능성이 적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