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자금 유럽 엑소더스

노르웨이 국부펀드 이어 중국투자공사도 국채매입 중단<br>美·日 등 국채로 자금 몰려<br>스페인 구제금융 전망에 국채수익률 6%선 돌파


유럽 재정위기가 살얼음판을 걸으면서 노르웨이 국부펀드에 이어 중국투자공사(CIC)도 유럽국채 매입을 중단하는 등 글로벌 자금이 유럽 국채시장에서 잇따라 탈출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가들의 유럽 기피현상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여 그리스ㆍ스페인ㆍ이탈리아 등 재정위기 국가들의 국채금리가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독일과 미국ㆍ영국ㆍ일본 등이 발행한 국채들은 안전자산으로 부각되며 자금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가오 시칭 CIC 사장은 에티오피아에서 열린 '아프리카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해 유럽국채 매입을 중단했으며 어느 국가의 채권도 매입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유럽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우려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동안 CIC는 유럽국채 투자에 적극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결정에 따른 영향이 크지는 않겠지만 4,100억달러(약 468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중국 국부펀드가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앞서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정부연기금(GPFG)도 1ㆍ4분기 포르투갈과 아일랜드 국채를 전량 처분하고 이탈리아ㆍ스페인의 국채 포지션을 줄이면서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유럽국채의 비중을 낮췄다.


다른 대형 투자가들 역시 유럽 재정위기 국가들의 국채에서 손을 털고 독일 등 상대적으로 경제가 탄탄한 국가들의 채권으로 갈아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움직임은 유럽 국가들의 국채 수익률 움직임에서도 포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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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로존 위기가 그리스에서 스페인 등으로 확산될 것으로 우려되며 이들 국가의 국채금리가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스페인의 경우 구제금융 신청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으로 이날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이 6%를 뛰어넘었다.

특히 스페인 정부는 은행권 부실이 예금인출 사태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자산 3위의 부실은행 방키아와 모회사인 BFA에 대해 사실상의 은행 국유화 카드를 동원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 스페인증시는 2.77% 하락해 지난 2003년 10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 역시 5.59%까지 상승했고 그리스 국채는 23.37%로 치솟았다. 국채금리 상승은 국채가격이 내린다는 의미로 해당 채권에 대한 수요가 줄고 매도세력이 많아졌음을 뜻한다. 시장에서는 국채 수익률이 7%를 웃돌면 해당국의 경제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없는 상황에 몰려 구제금융을 받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반면 독일ㆍ미국ㆍ영국 등의 국채금리는 사상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9일 독일 10년만기 국채금리는 장중 1.49%까지 떨어지면서 사상 처음으로 1.5%를 밑돌았다.

영국 10년만기 국채 역시 이날 수익률이 1.88%까지 하락하면서 영국 중앙은행이 집계를 시작한 170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날 미국 재무부가 실시한 10년만기 국채 입찰에서는 발행금리가 1.85%로 책정됐으며 유통시장에서는 3개월 만의 최저치인 1.79%로 떨어졌다. 일본 국채도 유럽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몰린데다 일본은행이 계속 국채를 사들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겹치면서 수익률이 하락하고 있다. 9일 일본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0.854%로 1년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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