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즉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 대한 관심이 높다. 미국 조지아대의 아키 캐롤 교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4단계 책임모형'을 제시했다. 1단계는 경제적 책임, 2단계는 법적 책임, 3단계는 윤리적 책임, 4단계는 자선적 책임이다. 경제적ㆍ법적 책임은 모든 기업이 당연히 수행해야 할 의무이지만 이제는 윤리적 책임과 자선적 책임도 요구 받고 있다. 윤리적 책임은 기업이 이해관계자들의 윤리적 가치와 기준에 부합하는 것을 뜻하며 자선적 책임은 적극적인 사회공헌, 기부 등을 의미한다.
선진국의 CSR은 오랜 기부문화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최근에야 기업의 윤리 문제와 시대가치가 대두되면서 사회적 책임이 기업의 중요한 의무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문제를 제대로 접근하지 않으면 산업 간 갈등이나 계층 간 격차가 해소되기 어렵다. 국내 기업들도 다양한 사회공헌을 시도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사회 구성원의 보편적 기대에 미흡한 실정이다. 특히 공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천편일률적으로 흐른다는 지적이 많다. 복지시설이나 불우이웃을 방문해 김장 담그기, 연탄배달, 일손 돕기 등 일회성 행사에 치우치는 것은 기업이 추구해야 할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사회공헌활동으로 보기 어렵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농식품 수출과 유통, 식품산업 육성이라는 업무특성과 연계한 사회공헌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노약자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일상적인 사회공헌활동을 넘어 직거래 장터를 통해 판매액의 일부를 기부하는 '매칭 도네이션', 전국 도매시장의 농산물 잔여품을 저소득층에 공급하는 '푸드뱅크', 장애우를 대상으로 한 꽃가게 창업 실무교육, 예식장 등 aT센터 시설을 농어업인이나 다문화가정에 무료제공, 재능기부 등 다양한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필자가 농촌진흥청 재직시, 지역 의료기관과 업무협약을 맺고 농어촌 봉사를 한 적이 있다. 농진청 직원들은 농작물 재배나 병해충 방제 등 농업기술을 지원하고 의료기관에서는 의료활동을 공동으로 펼쳤다. 바쁜 농작업과 먼 거리 등으로 병원에 가기 어려운 농어촌 지역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기업이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사회적 책임을 다할수록 기업가치도 높아진다. 이제는 일회성 보여 주기식 활동이 아니라 업무와 연계한 사회공헌활동이 필요하다. 특히 농어촌 지역에 대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이야말로 기업가치를 높이고 도농격차를 해소하며 지역 갈등을 치유하는 새로운 방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