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와 관련된 정치 논리 때문에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40일 넘게 공석이어서 업무 차질이 우려된다. 특히 5월 '세계공항 올림픽'으로 불리는 국제공항협의회(ACI) 총회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리지만 행사를 주관하는 인천공항공사가 수장 없이 총회를 치러야 할 상황이어서 자칫 국제 망신을 당할 가능성도 있다.
1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달 1일 정창수 전 사장이 강원도지사 출마를 위해 자진 사퇴한 뒤 40일이 넘도록 수장 공백 상태에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현재 최홍열 사장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정상적이라면 국토교통부에서 사장 공모를 한 뒤 공기업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 사장 후보를 선정하는 단계가 진행돼야 한다. 하지만 사장 공모는 아직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 사장 공모시기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며 "ACI 총회를 치르기 위해 사장이 필요한 건 맞지만 여러 가지 고려 사항이 있어 현재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공항공사 사장 공모가 지연되면서 다음달 열리는 ACI 총회도 수장 없이 치르게 될 상황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다음달 26~28일 서울에서 2014 국제공항협의회 제24회 세계총회를 개최한다. 전 세계 1,700여 관계자들을 초청해 주요 사안을 논의하는 자리이지만 초청 주최자 없이 대리인 격으로 치르게 돼 격식에도 맞지 않는 모습이다.
또 중요한 업무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현재 비정규직 비율이 80%를 넘는다. 인력운영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연구용역에도 착수했다. 의사결정권자가 강한 추진력으로 비정상화된 구조를 개선해야 하지만 사장 직무대행 체제에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사장 공모가 지연되는 이유는 6월 광역·기초단체장 선거 등 정치 이슈로 인해 청와대와 국토교통부가 결정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인천공항공사 자리는 국토교통부 출신의 퇴직 관료들이 차지해 정권의 낙하산 인사라는 오명이 따라붙었다. 정창수 전 사장도 국토해양부 차관 출신이며 지난해 임명 당시 인천공항노조에서 낙하산 인사라며 거세게 반발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온갖 루머가 확산되고 있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새누리당 인천시장 후보로 공천을 받지 못 하게 되면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직을 제의 받을 수 있다는 말까지 흘러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여러 정치적 이슈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현재로선 지방자치단체 선거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결국 정치 일정 때문에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업무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