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12월 30일] 서민 경제정책의 메아리

연말이 되면서 내년도 경제가 어떨지 전망하는 기사를 많이 본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경기확장이 계속되겠지만 하반기 이후로는 각국의 출구전략이 현실화하면서 확장세가 멈출 것이라는 분석, 올해 0% 성장에 그쳤던 우리나라는 3~4%의 성장을 거둘 수 있으리라는 전망, 세계경기의 회복 여부에 따라 다시 침체될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점 등은 누구나 공감할 만한 사실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 경제가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과제는 성장이 아니라 중산층과 서민층의 경기를 회복시키는 일이고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호혜적으로 협력하는 경제구조를 만드는 것이며 이 과제를 해결할 때만 일자리 창출과 실업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점은 언론에 잘 오르내리지 않는다. 고의적 은폐인지, 소위 '섹시한' 이슈 찾기에 바쁜 언론의 역부족인지 모르겠다. 한국은행이 지난 가을 발표한 우리나라 가계의 총 부채는 458조원. 가구당 2,994만원에 달한다. 사상최대다. 부동산 가격 폭등에 편승하느라 빚을 내 집을 샀으니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라도 갚아야 하고 실력과는 무관한 학벌사회에서 자녀가 생존하려면 비싼 사교육을 시켜야 하는데 정작 그간 돈벌이 기계였던 아빠는 실직하고 마는 게 우리네 서민의 현실이다. 좀 거칠게 말해 경제성장이 우리 국민의 후생을 증대시키지 못하게 된 지 오래다. 일부 대기업이 아무리 자동차와 휴대폰을 많이 팔아먹어도 그저 '봉'인 소비자에 불과한 보통사람들은 점점 더 살기가 팍팍해져만 간다는 것이다. 통치자는 말로는 서민을 위한다고 하고 시장에서 떡볶이와 오뎅을 사먹고 있지만 정작 경제정책은 정반대로 간다. 기존 산업이 담당하지 못하는 사회적 일자리를 만들고 영미식 자본주의의 허실이 확연히 드러난 지금 경제와 금융의 근간을 투기가 아니라 좀더 정직한 쪽으로 옮기자는 주장은 어느새 들리지도 않는다. 이런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던 유명한 학자는 곡학아세로 나라의 2인자가 돼 통치자와 손발 맞추기에 여념 없다. 한비자(韓非子)에 '역린(逆鱗)'이라는 말이 나온다. 용은 상냥한 짐승이어서 길들이면 탈 수도 있지만 턱 밑에 반대방향으로 난 비늘인 역린을 건드리면 용은 반드시 그 사람을 죽이고 만다는 이야기다. 어느 왕(최고 통치자)이나 이런 측면이 있다고 한다. 기업가 출신인 통치자에게 출신에서 오는 어쩔 수 없는 인식의 한계를 이야기하고 그 인식을 극복할 수 있을 때만 '중산층을 두텁게'라는 정부의 구호가 메아리로 울릴 수 있다고 직언하는 것은 역린을 건드리는 것일까. 2009년의 마지막 며칠, 강바닥 파는 예산을 사람 돌보는 데 좀더 쓰자고 밤을 새워 국회에서 농성하는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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