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원高 용인해선 안돼"

자칫 내수·수출 다 망칠라

재계·학계 경계 목소리 커져

원·달러 환율이 한 달 반 사이 4%가량 하락하면서 수출채산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3일 '원·엔 환율 1,000원 붕괴의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올해 원·엔 평균 환율이 100엔당 950원을 기록하면 국내 총수출이 약 9.1%나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석 수석연구위원은 "우리 경제가 '내·외수 복합 불황'에 빠지지 않기 위해 당국이 원화 강세 기조 완화에 주력해야 한다"며 당국의 태도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도 최근 '원·달러 환율의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에서 "올해 환율이 3.7% 하락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경제성장률은 0.21%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경연은 "정부의 올 성장률 전망치 4% 달성이 불투명해졌다"며 "당국은 환율 쏠림현상에 대한 대응을 강화할 것이라고 시장에 분명한 신호를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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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역협회도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외환 당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협회는 이날 수출기업 34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6.5%가 최근 환율 변동으로 물건을 팔아도 손실을 보는 '출혈 수출'을 하고 있고 88.5%가 수출채산성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월부터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4월1일 달러당 1,058원50전이던 환율은 13일 1,022원10전에 장을 마쳤다. 14일 외환 당국의 대규모 시장개입으로 1,027원90전에 장을 마쳤지만 불과 한 달 반 사이에 30원 넘는 하락폭을 보이고 있다. 원·엔 환율 역시 13일 4개월 만에 세자릿수로 하락했다.

이에 학계에서도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정식 한국경제학회장은 "환율이 하락했음에도 4월 수출이 호조를 보이니까 당국이 원고를 용인했던 것 같다"면서도 "환율 하락이 일정 시간을 두고 무역수지 악화로 이어지는 '역J커브효과'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원고를 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환율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거시경제담당부문장은 "과거에 비해 환율이 수출에 주는 영향이 작아졌다지만 수익성에는 악영향을 주는 것이 사실이므로 당국은 환율 속도 조절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학회장도 "최근 환율 하락이 가팔라 수출 기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으므로 스무딩오퍼레이션 등을 통해 속도 조절을 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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