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3월 26일] '한철' 정당과 이합집산

'정치적인 주의나 주장이 같은 사람들이 정권을 잡고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조직한 단체.' 정당(政黨)의 사전적 의미다. 정당 조직이 만들어진 뒤 국민에게 뿌리를 내리고 철학ㆍ정책 공유가 확산될 때 정권창출 등이 가능하다는 전제도 깔고 있다. 영국의 노동ㆍ보수당이나 미국의 공화당 등이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인데 오랜 정당의 역사만큼 이들 정당은 국민에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을 대표적 정치선진국으로 꼽는 것을 보면 오랜 정당의 역사가 곧 정치 선진화와 직결되는 셈이다. 오는 6ㆍ2지방선거를 60여일 남겨둔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떨까. 아니나다를까 벌써부터 신당 창당 움직임이 활발하다. 선거용임은 의심할 나위 없다. 한철 정당으로 규정할 수도 있는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창당준비위원회 결성을 신고하고 창당을 준비하는 예비 정당은 국민중심연합ㆍ평화민주당 등 8개에 이른다. 지난 1월 창당한 국민참여당 등 현재 등록된 정당 18개를 더하면 산술적으로 최대 26개 정당이 이번 선거에 뛰어들 수 있다. 애석하지만 선거 때만 되면 등장하는 한철 정당은 비단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해방 이후 한국 정당사에 이름을 남긴 정당은 300개를 넘는다. 해방 이후 서구식 정치문화를 받아들인 우리정치사에서 55년 동안 연평균 5개가량의 정당이 만들어졌다 사라진 것이다. 그렇다고 정당의 수명은 길까. 현존하는 정당 가운데 각각 1997년과 2000년에 창당한 한나라당, 민주노동당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정당은 탄생한 지 2년가량밖에 안 됐다. 민주당은 1987년부터 분열과 통합, 또 분열의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정당 역사의 일천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렇다 보니 한철 정당이 만들어지고 이합집산도 선거철이 되면 극에 달한다. 한철 정당들이 대체로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해 제한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인데 당장 선거승리를 위해 일정지분을 보장하고 통합ㆍ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당의 가장 큰 가치 가운데 하나인 같은 철학의 공유는 다음 문제다. 역시나 6ㆍ2지방선거를 앞두고 어느 당과 당이 통합 혹은 연대할지 등의 소문이 무성하다. 진화하지 못한 정당의 역사가 자꾸 반복되는 것인데 정책과 노선을 기반으로 한 100년 정당은 우리에게는 요원한 숙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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