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은 이날 "다국적기업이 영국 내 경제활동으로 얻은 수익을 나라 밖으로 인위로 옮길 경우 이 수익의 25%를 세금으로 징수하는 방안을 도입할 것"이라고 의회에서 밝혔다. 조세회피 기업에 일반 법인세율보다 높은 징벌적 세금을 부과하는 이 방안은 내년 4월부터 정식 발효될 예정이다. 영국 법인세율은 현행 21%에서 내년에 20%로 낮아진다.
오즈번 장관은 이를 통해 앞으로 5년간 총 10억파운드(약 1조7,500억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특정 기업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영국 언론들은 이 법안을 '구글세'로 칭했다.
오즈번 장관은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는) 영국 기업뿐 아니라 영국 국민에게도 불합리한 처사로 이제 이를 막아야 할 때"라며, 특히 특히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세금회피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구글을 비롯해 아마존·애플·페이스북·스타벅스 등 다국적기업들은 본사를 아일랜드 등 세율이 낮은 나라에 두고 세율이 높은 국가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본사에 옮기는 방식으로 조세를 회피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로이터 분석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 2006~2011년 영국에서 180억달러가 넘는 매출을 올렸지만 같은 기간 영국에 낸 세금은 0.1%도 안 되는 1,600만달러에 그쳤다. 페이스북도 지난해 영국에서 5,000만파운드 가까운 매출을 냈지만 납부한 법인세는 3,000파운드에 불과했다고 WSJ는 전했다.
하지만 이 법안이 어떻게 적용될지에 대한 구체적인 안은 나오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광고를 비롯한 온라인서비스를 파는 IT 기업의 영국 내 경제활동을 정의하는 것은 까다로운 일"이라며 이번 조치가 실효성 있게 이행될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영국의 이번 조치는 유럽연합(EU)이 다국적기업의 탈세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와중에 나왔다. EU는 최근 아일랜드 세무당국이 세금공제 명목으로 애플의 법인세 납부액을 낮춰준 혐의에 대한 예비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