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가장 싫어하는 젊은이들 패션 중의 하나는 바로 힙합 패션. 자기 발 크기 보다 3~5㎝는 커보이는 신발, 바지는 허리 대신 골반에 걸치고 통넓은 바지를 질질 끌면서 온 거리를 청소하고 다니며, 티셔츠 역시 몇개씩 겹쳐 입어 꼭 넝마주이처럼 보이는 패션이 바로 힙합 패션이다. 어른들이 ‘돈줘도 안입겠다’는 패션에 마음껏 돈을 쓰게 만든 브랜드가 바로 ‘푸부(FUBU)’란 브랜드다. 신사복 메이커의 이미지가 강한 삼성물산이 힙합시장을 새로 개척하고 선점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키워드는 바로 N세대. ‘내 옷을 내 맘대로 입는다’는 N세대들의 고집, 그리고 ‘서태지 이후 흑인음악이 확산될 것’이란 문화분석이 푸부의 성공 요인이다.
‘N세대를 움직이는 마케팅의 귀재들’은 바로 SK텔레콤의 TTL, 삼성의 에버랜드, 삼보컴퓨터 ‘체인지업·드림시스EZ’, 한불화장품 ‘HOT 향수’, LG전자 ‘MP FREE’, 롯데리아 ‘라이스버거’, 대성기획 ‘젝스키스’ 등의 성공사례를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하고 홍보한 실무자들의 사례를 통해 분석한다.
1998년 7월 1일 현재 우리나라 총인구는 4,643만명으로 이중 9~24세로 ‘N세대’로 분류할 수 있는 인구는 1,186만 5,000명. 전체의 35.6%. 인구 네 명 중 한 명. 소비성향이 높은 이들은 분명 선점할 만한 가치가 있다.
‘귀에 대고 통화를 하면 구세대, 손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면 신세대’ ‘잘 터져요’하면 구세대, ‘부가 서비스 뭐예요’하면 신세대. 휴대전화, 이동통신 만큼 N세대의 ‘접속’ 여부가 사업의 관건이 되는 산업도 없다. SK텔레콤의 휴대전화 서비스인 ‘011’. 이 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들어 오피니언 리더가입자를 확보하고 있으나 문제는 ‘아저씨들 전화’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는 밤새도록 통화하는 10대들을 흡수할 수 없었다. ‘뭔가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그럴듯한, 기존의 것과는 다른, 무언가 변화한’ 이런 브랜드를 원했다. 1823(18~23세)을 원한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 설정한 브랜드가 TTL. ‘스무살의 011’이라는 연령대 설정, 비밀주의를 고수한 감질나는 광고(티저 광고), 그리고 그들을 하나의 ‘커뮤니티’로 묶을 수 있는 TTL 존, 그들 세대들의 통화 습관을 분석한 요금 체계, 이런 요인으로 ‘스피드 011’이라는 모브랜드의 이미지를 해치지 않으면서 새로운 연령층의 시장을 개척했다.
에버랜드는 서울랜드, 롯데월드에 비해 교통이 불편하지만 신세대 마케팅으로 극복했다. 소문 잘내는 이들의 불만을 원천적으로 봉쇄한 ‘고객 불만 예고제’, ‘물좋다’는 소문으로 호황을 누린 캐리비언베이. 캐리비언베이는 대학생, 전문직 종사자, 연예인 등으로 구성된 18~26세의 남녀 1,000명으로 구성된 ‘캣츠 클럽’회원을 무료입장시킴으로써 ‘물좋다’는 소문을 유도했다.
HOT 마니아를 겨냥, 향수를 사용하지 않았던 1318세대들에게 새로운 상품을 쓰게 만든 한불화장품의 HOT 향수, IMF에도 불구하고 8억원을 주고 메이저리거 박찬호를 모델로 쓴 초강수 전략을 채택한 삼보컴퓨터, 1996년 후반 HOT가 휴지기에 접어들었을 때 ‘노래 잘하고 얼굴 잘생긴 아이들 여섯이 나온다더라’는 소문으로 데뷔전부터 스타가 된 젝스키스 등 히트 상품은 N세대들의 욕구(NEED)를 가장 적절한 시점에 ‘가격(加擊)’했다. 이 책에선 과장, 대리급인 기획실무자들의 인터뷰가 실려 있어 생동감이 있다.
그러나 광고보다 중요한 것이 철저한 시장분석이고, 그보다 중요한 것이 제품의 질. 1990년대 초반을 강타했던 X세대 돌풍과 N세대 돌풍은 무엇이 다른가, 이들 상품의 히트는 곧 기업의 수익률 증가와도 연관이 있는가, 비슷한 경쟁사의 아이디어를 누르고 시장에서 성공한 요인이 반드시 마케팅 요소 뿐인가 등 많은 질문에 대한 해답이 미진해 아쉽다. 지은이는 방송작가.
박은주기자입력시간 2000/04/04 1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