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13년 만에 코스닥시장을 대대적으로 손질한다. 거래소는 일반기업부와 벤처기업부 외에 녹색기업을 위한 새로운 부인 ‘신성장동력기업부’를 신설해 3부 체제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거래소는 또 기술평가기관의 인증을 받은 신성장동력기업의 상장 요건을 완화할 방침이다. 거래소는 이를 통해 제2의 벤처 붐을 조성할 계획이다. 다만 신성장동력기업 부실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공시와 시장감시는 강화한다.
3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코스닥시장에 신성장동력기업부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기술력이나 성장성은 높지만 시가총액, 매출액,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외형적인 요건이 일반 기업에 못 미치는 신성장동력기업이 상장할 수 있는 길을 터주고 이들을 관리하기 위해서다.
실제 자본시장연구원이 제출한 ‘신성장동력기업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 최종보고서는 ▦상장 및 공시 기준 관리의 편리성 ▦투자자들이 신성장동력기업을 쉽게 인지할 수 있는 점 ▦미국ㆍ일본 등 선진 증시에서도 나스닥 캐피털 마켓(NADAQ Capital Market), 자스닥 NEO(New Entreprenerts’Opportunity) 시장 등 별도의 소속부나 시장을 통해 상장 활성화가 가능했던 사례를 들며 별도의 소속부를 지정해야 한다고 조언됐다.
이렇게 되면 코스닥 시장은 현행 일반기업부와 벤처기업부 외에 신성장동력기업부가 추가돼 3부 체제로 운영된다.
이와 함께 신성장동력기업부에 속한 기업이 일정 기간이 지나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일반 소속부로 옮길 수 있는 장치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됐다. 신성장동력기업부의 인큐베이팅 역할이 강조된 것이다.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용역 보고서에 포함된 방안은 거래소에서도 기본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며 “신성장동력기업부 신설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성장동력기업 상장요건의 경우도 외형적 상장요건은 완화하고 질적 심사기준은 강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우선 개별 기업들이 신성장동력기업인지 아닌지 평가하기 위한 ‘기술평가’의 강화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정부로부터 녹색 기술 혹은 녹색프로젝트를 인증받거나 녹색기업으로 지정되더라도 기술 개발 과정에서 가시적인 이익 또는 매출이 발생하기 힘든 점을 고려해 실질적인 ‘성장기’에 있는 기업의 상장을 허용하는 방안이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성장형 벤처기업 선정과 유사하게 각 산업별로 대상 기업의 적용 범위와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공정성을 위해 복수의 기술평가기관을 선정해 기술평가를 의뢰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설립년수, 자기자본ㆍ시가총액, 법인세 차감 전 계속사업이익 시현,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상장외형심사조건은 일반 기업보다 완화하는 대신 기술력, 경영투명성 등 질적심사는 강화하고 수익성 등 일부 항목은 특례를 부여하거나 별도의 지침을 마련하는 심사도 요구된다.
이와 함께 신성장동력기업들의 공시요건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용역 보고서는 신성장동력기업들에 대해 ▦사업계획의 개요 ▦사업의 기술적 목표 ▦사업의 영업성과 목표 ▦사업목표 달성 계획 등이 포함된 정기 공시를 매년 1회 이상 할 것을 주문하고 정기적인 기업설명회를 개최할 것을 주문했다. 이밖에 상장폐지와 관련해서는 일반 코스닥기업에 준용하는 상장폐지 요건과 절차를 적용하되 질적 심사기준을 강화해 종합평가하는 방안이 제시됐고 매매제도 또한 단일가 매매 도입 필요성이 제시됐다.
한편 거래소는 신성장동력기업의 상장 활성화에 따른 ‘버블’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방안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감시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녹색 버블을 차단하기 위해 심리ㆍ감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