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월요초대석] 알란 팀블릭 인베스트 코리아 단장

“한국은 시장성을 갖춘데다 고급인력이 풍부해 투자 환경이 결코 다른 나라에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정부가 전폭적인 규제완화에 나서는 한편 국민들이 친기업 마인드를 일상화한다면 기업인의 기(氣)도 살면서 외국인 투자도 늘어날 것입니다.” 지난해 12월 외국인 투자유치 전담기관으로 출범한 인베스트 코리아(Invest Korea)의 초대 선장으로 임명된 알란 팀블릭(Alan Timblick) 단장. 그는 전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과 집중되는 중국 투자 등 대외적 요인과 북핵 위기, 강성 노조 등 대내적 요인을 장애물로 꼽으면서도 올 해 우리나라의 외국인투자유치 전망을 밝게 보고 있었다. 팀블릭 단장은 특히 `국내 외국인투자 확대`가 일자리 창출에 돌파구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베스트 코리아가 지향하는 조직은 어떤 것이며 올 해 계획하고 있는 주요 사업은 무엇이 있습니까. ▲ 인베스트 코리아는 `고객 우선주의`를 기반으로 전문적이고 활동적인 투자유치 기관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잠재적인 투자자들에게 초기 단계부터 일관성 있는 접근 방법을 마련해 외국인 직접투자를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해외 무역관에 투자유치 전담관을 두고 발로 뛰며 잠재적 투자자를 발굴해 나가는 한편 본사에선 이 가운데 유망한 사업을 골라 투자유치에 집중적인 지원을 할 것입니다. 최근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런던, 프랑크푸르트 등을 일주일 동안 방문해 진행중인 투자 유치 프로젝트를 점검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투자할 업체와 산업을 정확하게 타깃(Target)화 한다면 상당한 성과를 올 릴 수 있다고 봅니다. 특히 올 해는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노력을 가시화할 것입니다. -정부 역시 올 해 `일자리 창출`에 경제정책의 포인트를 맞추고 있습니다. 일자리 창출에 어떻게 기여하실 계획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지요. ▲외국인 투자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다국적기업의 지역본부나 R&D센터 유치도 있을 수 있지만 공장 설립형 투자 유치에 역량을 기울이겠다는 뜻입니다. 공장 설립형 투자는 장비ㆍ용역지원이 뛰따라야 하고 하청업체를 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산업 전반으로 경제적 파급효과가 큽니다. 따라서 고용을 창출하고 이를 통한 국민경제의 소득과 지출증가로 경기부양에 적잖은 기여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노동집약적 산업보다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고급인력이 필요한 사업을 유치하는 데 집중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외국인직접투자(FDI)가 4년 연속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목표달성이 가능할까요. ▲FDI의 크기는 일시적인 시점에서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이유를 따져가며 살펴봐야 합니다. 한국의 FDI는 97년 이전까지 상당히 낮았습니다. 하지만 IMF 관리체제 이후 급격히 시장 개방이 이뤄지고 외국 기업들이 한국의 부실기업에 대한 인수ㆍ합병(M&A)에 나서면서 순식간에 100억달러를 돌파하고 99년에는 155억달러에 달하며 사상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 같은 FDI 규모가 최근 계속 감소 추세를 보인 것은 한국의 투자매력이 떨어졌다기 보다는 투자할 만한 곳에는 어느 정도 투자가 들어왔기 때문으로 풀이하는 것이 옳다고 여겨집니다. 이미 한국에서 성공한 많은 외국인 기업이 있고 국내 투자환경에 대한 만족도 역시 높은 편이어서 올 해 투자는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올 해 FDI 유치 목표는 어느 수준입니까. ▲인베스트 코리아는 올 해 `세일즈 조직`처럼 움직여 국내에서 성공한 많은 외국기업 사례를 홍보할 예정입니다. 이 같은 노력이 결실을 맺으면 지난해(64억6,700만달러) 보다 외국인 직접투자가 30% 가량 늘어난 84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만한 투자유치 프로젝트가 여러 건 진행되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회사명과 진척 정도를 공개할 수 없음을 이해해 주십시오. -중국은 기회이면서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FDI의 경우 블랙홀처럼 세계각국의 투자를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중국은 기회이자 위협인데 한국에 올 것이 중국으로 가는 건 위협이지만 동북아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는 중국이란 큰 시장이 곁에 있다는 건 기회임에 분명합니다. 대개 중국 같은 저개발 국가에 투자가 몰리고 경제성장 폭이 큰 것은 당연한 현상입니다. 하지만 중국은 지난해 외자유치규모가 2002년보다 줄었고 기술력도 우리보다는 여전히 낮은 수준입니다. 중국 내에 기술 경쟁력을 갖춘 기업은 대부분 외국에서 투자한 기업들입니다. 반면 한국은 삼성, LG, 현대차, 포스코 같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많아 산업기반이 탄탄합니다. 실제로 외국인 투자가와 상담을 해보면 이들 기업에 대한 신뢰로 한국을 훌륭한 사업파트너로 여기는 경우가 많은 데 이를 적극 활용한다면 중국의 위협은 최소화할 수 있을 겁니다. 또 ▲민주주의 ▲언론자유 ▲지적재산권 보호제도 등 중국에 비해 한국의 경쟁력이 우위에 있는 부분이 많으므로 이를 잘 홍보할 생각입니다. -한국이 외국인 투자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이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인식이 해외에 충분히 퍼져 있다고 보십니까. ▲과거보다는 상당히 나아진 게 사실입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외국인 기업 대표들을 만나면 자주 듣던 얘기가 있습니다. “한국은 세가지 만 원하는 것 같다. 돈과 기술, 그리고 우리가 떠나는 것”. 그러나 요즘 그들을 만나면 “한국인이 새로운 방식과 기술을 익히는 데 뛰어나며 응용력도 훌륭하다”고 말합니다. 최근 제가 북미와 유럽을 방문해 잠재적인 투자자 몇 분을 만났을 때도 그들은 한국이 시장 자체로서 뿐 아니라 R&D와 신제품 개발 등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어 투자를 권유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외국인으로서 `인베스트 코리아`의 리더가 되셨습니다. 국내ㆍ외 외국인 투자가의 반응이 어떤 지 궁금합니다. ▲외국인 투자유치에 있어 한국은 여전히 배워나가 야 할 점이 많습니다. 벤치마킹 할 모델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상대방의 입장, 즉 외국인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배려하겠다`는 의지가 중요한 데 그런 면에서 외국인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한국으로선 `상당히 대담한 조치(?)`라고 평가하던데 주변의 기대가 큰 만큼 꼭 좋은 성과를 이뤄보고 싶습니다. -외국인이어서 일하시는 데 좋은 점이 많겠지만 불편한 점도 있을 것 같은데요. ▲외국인이고 외부에서 영입됐기 때문에 투자유치 기관은 어떠한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지, 또 현재 필요한 변화는 무엇인지 파악하는 데 용이합니다. 단점이라면 정부 내 각 부처들과 효율적으로 업무 협력을 이뤄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제가 실수를 해도 쉽게 용서 받을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하지만요‥. -한국에 외국인 투자가 확대되기 위해서 보완돼야 할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지요. ▲최근 현금지원제, PM(프로젝트 매니저)제 도입 등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으로 한국의 투자환경은 더욱 개선됐습니다. 그러나 경제의 투명성이 여전히 낮습니다. 투자제도 및 규정, 법제도 등이 정확하게 지켜져야 하는 데도 그렇지 않은 경우가 왕왕 있어 실망을 사곤 합니다. 노사관계에 있어 외국기업이나 경영자가 노조나 파업을 용납치 않겠다는 게 아닙니다. 노조 결성이나 파업 등이 법의 테두리 내에서 예측 가능하게 이뤄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또 상거래 관행상 내국인에 비해 외국인을 차별하는 일들이 조합이나 협회를 통해 이뤄지는 일이 근절되고 정부가 `규제완화`를 말이 아닌 실천으로 이행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친기업형으로 기업의 기를 살리는 국민 마인드`가 정착돼야 합니다. 대담: 이종환 부국장 겸 산업부장 jwlee@sed.co.kr [발자취] 18년간 CEO등 역임 `한국통` 알란 팀블릭 단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통이다. 팀블릭 단장은 지난 27년 가운데 18년을 한국에 거주하며 은행가(영국 바클레이 은행), 최고경영자(한국 AMROP, 한국 Korn/Ferry, 한국 마스터카드), 단체 대표(주한영국상공회의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본인 스스로 `한국이 제2의 조국으로 애국자가 되는 게 꿈`이라고 밝힐 만큼 한국 사랑이 남다르다. 팀블릭 단장은 한국의 사회와 문화, 정치, 경제 전반에 대한 폭넓은 이해력으로 한국의 입장에서 이익을 대변하는 데 남다른 열성을 보여왔다. 팀블릭 단장은 미국 캔자스대 유학시절 지금의 한국인 부인을 만났다. 올해로 결혼 38주년을 맞는다. 이런 인연으로 한국이란 이름 조차 낯선 60년대 말 그는 `The Times London U.K`를 설득, 한국의 경제, 문화에 대한 특집기사를 싣게 하기도 했다. 현재도 그는 주한외국사절 및 기업인, 이들 가족들에게 한국을 소개하고, 한국에 대한 좋은 인식을 심는 민간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같은 기여를 인정받아 그는 모국인 영국에서 엘리자베스 여왕으로부터 `대영제국 훈장`을 받았으며 지난해에는 또 다른 조국인 대한민국에서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산업포장`을 수여받기도 했다. 다년간 인사업무를 맡았던 데다 헤드헌터와 컨설턴트 등을 거친 팀블릭 단장은 조직 통솔력도 뛰어나다. 인베스트 코리아 직원들은 “소탈함과 유머감각 등으로 은행가 냄새가 나지 않아 조직의 화합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고 있다”면서도 “업무 추진에 있어서 만은 치밀하다”며 보스(Head)에게 높은 점수를 주었다. 이미자 여사와 3남. ◇약력 ▲43년 영국 런던남부 크로이돈 출생 ▲61년 킹스 스쿨 졸업 ▲65년 옥스퍼드대 졸업(역사학 및 농경제학) ▲67년 미국 캔자스대 대학원 졸업(경제학) ▲68년 영국 바클레이 은행 입사 ▲95년 한국 AMROP 대표 ▲2000년 한국 마스터카드 대표 ▲2002년 주한 영국상공회의소 회장 ▲2003년 인베스트 코리아 단장 [내가 본 알란 팀블릭] -조해형 나라커뮤니케이션 회장 지난해 환갑을 맞은 팀블릭 단장은 인생의 반을 영국에서, 30%는 한국에서, 20%는 미국 및 유럽각국에서 보낸 코스모폴리탄(세계인) 이다. 그는 그러면서 또한 한국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인베스트 코리아 단장에 최적임자라는 얘기다. 지난해 참여정부 출범이후 만약 외국인이 주한외국인 관련 정책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늘 알란 팀블릭이 내 머리속에서 1순위에 떠오르곤 했다. 그 만큼 그는 한국에 대한 이해의 폭과 깊이가 넓고 깊다. 그래서 팀블릭씨가 인베스트 코리아 단장에 내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누구보다 기쁘고 흐뭇했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유치에 `외국인을 잘 아는 외국인`이 채용돼야 한다는 당위에도 불구, 과연 그가 한국인만큼 열성적으로 맡은 임무를 다할 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팀블릭 단장의 한국사랑을 조금이라도 알게 되면 이 같은 의문을 말끔히 지우게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그는 축구, 음식, 음악 등에서 한국과 관련된 것이면 무조건적으로 좋아하는 한마디로 `한국팬`이다. 그의 `한국사랑`은 30년 전 회사일로 처음 만나 변치 않는 우정을 쌓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의 집을 방문하고 때론 그와 그의 가족을 집에 초청하면서 곁에서 본 팀블릭 단장은 한국의 문화ㆍ예술 뿐아니라 한국인의 사고방식, 생리 등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한국의 현재와 미래 등에 대해 한국인 못 지 않게 걱정하며 좋은 해결책들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외국인직접투자(FDI)를 끌어올리는 데 팀블릭 단장의 뛰어난 커뮤니케이션(의사소통) 및 프리젠테이션(발표) 능력은 실질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 정확한 발음으로 평상시 한국 내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을 만큼 한국어를 잘 하는 그는 영어로 하는 연설 및 발표는 더욱 뛰어나기 때문이다. <정리 손철 기자/사진 이호재 기자 runir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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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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