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하이닉스'라는 이름을 단 후 처음으로 8,600억원에 이르는 자기주식 취득을 결정했다. 주가 하락세 방어를 위한 조치의 일환이지만 최근 SK그룹에서 활발하게 벌이고 있는 상생정책의 줄기로 주주 가치를 제고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적극적 행보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22일 보통주 2,200만주, 약 8,591억원어치의 자사주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은 옛 현대전자산업 시절이던 지난 2000년 이후 약 15년 만이다. SK하이닉스는 2001년 ㈜하이닉스 반도체로 사명을 변경했고 2012년 SK그룹에 편입되면서 SK하이닉스로 재탄생했다.
SK하이닉스의 자사주 전격 매입은 일단 최근 사상 최고 실적을 2년 연속 경신하는 등 좋은 성과를 보이는 와중에 주가가 하락하자 이를 방어하기 위한 차원이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최근 중국 기업의 미국 반도체 대기업인 마이크론테크놀러지 인수 루머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수요 하락 우려에 따라 약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들은 주가를 올려 주주들의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사주 매입을 즐겨 쓴다.
그러나 보다 넓게 보면 SK그룹 차원에서 강화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많다.
SK그룹은 현재 배임으로 수감돼 있는 최태원 회장의 철학에 따라 대대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강조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옥중에서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이라는 제목의 저서를 출간하고 사회적 공헌 가치가 큰 사회적 기업을 적극 육성하자고 설파하는 등 사회적 책임활동에 대한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의 뚝심 있는 투자로 오늘날 세계 2대 D램 메모리 기업으로 성장한 SK하이닉스는 그룹 내에서 가장 활발히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는 상태다. 지난달 SK하이닉스는 대기업 최초로 임금공유제를 실시, 초과 달성한 이익을 협력사 직원들과 나누겠다고 발표하며 한국 사회를 깜짝 놀라게 했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올해만 이천·청주 지역 협력업체 직원 4,000명에게 66억여원이 지원된다. 또 올해 SK하이닉스는 국내 사업장이 있는 이천·청주에 각각 541억원, 381억원에 이르는 지방소득세도 납부했다. 이 회사는 사업 부진 때문에 1996년부터 지방세를 면제받아왔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의 한 관계자는 "이번 자사주 취득은 일상적인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조치"라고 입장을 밝혔다.
SK하이닉스 외에도 SK그룹 계열사들은 최근 국내 산업 전반에 불안감이 감도는 와중에 적극적 상생협력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 눈길을 끌고 있다. 에너지 계열사인 SK E&S는 올해 11월께 총 1조원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발주하기로 결정하며 국내 조선 업계에 단비를 뿌리고 있다. 통신 계열사인 SK텔레콤은 협력업체인 크레모텍에 특허기술을 무상 제공하며 벤처 육성의 본보기를 보이고 있다.